강원도여행,

제5경 강릉 경포대

오우정 2010. 2. 16. 12:32

제5경  강릉 경포대


경포대로 유명한 경포호는 그리 넓지 않으나 오랜 옛날부터 동해안 석호의 대명사로서 이름을 널리 날렸다. 만약 강릉에 경포대가 없었다면 어떠했을까? 강릉 사람들은 대부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대답한다. 경포대가 강릉 사람들의 내면에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상상 이상이다. 무형문화유산은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단오제, 유형문화재는 오죽헌, 그리고 자연은 경포대. 강릉의 ‘3대 보물’이다.


▲ 연못과 정자가 잘 어울리는 선교장. 예전에는 경포호의 범위가 이곳까지였다고 한다.

속초의 영랑호와 마찬가지로 이 호수를 제대로 즐기려면 한 바퀴 돌아봐야 한다. 걸어서. 예술과 문화의 향기가 철철 넘치는 경포대 호수길은 강릉 시민들이 가장 아끼는 산책 코스다. 그들은 이른 아침 호수길을 걷거나 달리면서 건강을 챙기고 자연스레 문학·역사와 호흡하니 참으로 보배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여기서는 경포대 호수길 산책 코스, 그리고 오죽헌까지 다녀오는 코스를 간략히 소개한다. 경포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일출이나 바다를 감상한 다음, 도로를 건너면 경포호. 예로부터 수많은 시인묵객이 아름다움을 예찬한 곳으로 호수가 거울처럼 맑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호수 한가운데 떠 있는 새바위에는 월파정이 고운 자태로 앉아 있다.


경포대해수욕장에서 방해정·금란정 등 고풍스런 건축물을 구경하며 20분쯤 걸으면 참소리박물관. 세계 최대 규모의 오디오 전문박물관이다. 그 너머 오른쪽 언덕으로 경포대가 보인다. 조선의 명문장인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으로 알 수 있듯 시인묵객들로부터 크나큰 사랑을 받아온 곳이다. 당시 풍류객들은 달이 뜨는 밤이면 이 경포대에서 달을 보며 즐겼다. 경포대의 달은 하늘에 떠 있는 달, 출렁이는 호수 물결에 춤추는 달, 파도에 반사되어 어른거리는 달, 정자에서 벗과 나누어 마시는 술잔 속의 달, 벗의 눈동자에 깃든 달……. 이렇게 모두 다섯 개나 된다. 마침 달이 뜨는 밤이라면 정취는 곱절이 될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달밤에 산책을 즐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여름철에는 무더위도 피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다.


경포대에서 내려서면 산책길은 호수 서쪽을 돌아 남쪽으로 이어진다. 서쪽 끝에 있는 3·1독립만세운동기념탑을 지나면 중간 중간 시비 산책길, 홍길동 캐릭터 산책길 등이 반긴다. 조선시대에 중국에까지 필명을 드날렸던 천재 시인 허난설헌(許蘭雪軒·1563~1589년)의 생가는 호수 남쪽의 아름드리 솔밭 안쪽에 남아 있다. 허난설헌 생가는 소나무와 벚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전통 가옥의 운치가 제법 넘친다.


▲ 경포호 남쪽 솔밭에 자리 잡은 허난설헌 생가.

허난설헌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인 <홍길동전>을 지은 교산 허균(蛟山 許筠·1569~1618년)의 누이다. 그녀는 8세에 상량문을 지어 신동이라는 칭송을 받고, 허균의 문장을 봐줄 정도로 출중한 솜씨를 지녔으나 14세에 결혼해 얻은 두 딸을 잃고 시름에 찬 세월을 보내다 27세에 요절한 불운한 천재다. 초당동 허난설헌 생가 입구에는 ‘허초희시비’를 비롯해 당대 허씨 5문장을 기리는 시비를 세워 문학거리가 조성돼 있다.


허난설헌 생가에서 호수로 되돌아 나와 동쪽으로 걸으며 경호교를 건너면 산책길 시작 지점인 경포대해수욕장 앞. 만약 호수길 산책만으로 성이 차지 않아 오죽헌 답사도 도보로 곁들이고 싶다면 경포호 서쪽 끄트머리의 3·1독립운동기념탑 주차장에서 서쪽으로 뻗은 경포로를 따르면 된다.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걷다 보면 해운정을 지나 선교장(船橋莊·중요민속자료 제5호)이다. 3·1독립운동탑 앞에서 선교장까지의 거리는 1km. 선교장은 ‘배다릿집’이라는 뜻인데, 이는 경포호의 물이 이곳까지 차 있을 때 배가 드나들던 옛 지명인 ‘배다리마을’을 한자로 바꾼 것이다. 안채, 그리고 사랑채인 열화당(悅話堂), 별채인 동별당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 열화당은 도연명의 <귀거래사> 가운데 “친척들과 더불어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며 즐긴다”는 구절에서 따왔다. 연못에는 1816년에 지은 아담한 정자 활래정(活來亭)이 돋보인다.


선교장에서 매월당김시습기념관을 지나 오죽헌(烏竹軒·보물 제165호)까지는 다시 1km 정도 걸어야 한다. 조선 중기의 대학자 율곡 이이(栗谷 李珥·1536~1584년)가 태어난 몽룡실(夢龍室)은 조선 초기의 건축물로 유명하다. 신사임당과 율곡이 직접 가꾸던 매화나무인 몽룡실 뒤꼍의 율곡매(栗谷梅)는 몇 년 전 천연기념물 제484호로 지정되었다. 율곡기념관에는 율곡의 저서인 <격몽요결>과 신사임당의 글씨·그림 등 율곡 선생 일가의 유품 6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강릉 경포대


 

관동팔경 중 하나인 경포대(鏡浦臺·강원도 유형문화재 제6호)는 경포호 북쪽의 작은 언덕에 세워져 있는 누각이다. 1326년(충숙왕 13년) 현 방해정 뒷산 인월사(印月寺) 옛터에 처음 지어졌고, 1508년(중종 3년) 현 위치로 옮긴 후 지금까지 여러 차례 중수하였다. 율곡 이이가 10세 때에 지었다고 하는 <경포대부(鏡浦臺賦)>와 숙종의 어제시(御製詩)를 비롯해 시인묵객들의 기문(記文)·시판(詩板)이 걸려 있다.


 

경포호 호수길 산책은 보통 경포대해수욕장에서 시작해 호수 외곽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걸으며 참소리박물관~경포대~3·1운동기념탑~허난설헌생가~경호교를 잇는 게 일반적이다. 호수길을 산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오로지 걷기만 하면 1시간 정도면 되겠지만, 이런저런 구경까지 곁들이려면 2시간 정도 걸린다. 또 3·1운동기념탑~해운정~선교장~매월당김시습기념관~오죽헌 코스(왕복 5km)도 걷는 데만 왕복 1시간, 오죽헌과 선교장을 둘러보려면 보통 2시간 정도 걸린다. 문의 033-640-5904


 

선교장


경포호 남서쪽에 있는 선교장(船橋莊·중요민속자료 제5호)은 강릉 지방의 명문인 이내번(李乃蕃)이 처음으로 살기 시작하여 대대로 후손들이 거처하는 고택. 안채, 그리고 사랑채인 열화당(悅話堂), 별채인 동별당, 연못가의 활래정(活來亭)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 입장료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 문의 033-648-5303, 033-646-3270


해운정


경포호 서쪽에 있는 해운정(海雲亭·보물 제183호)은 1530년(중종 25년) 지은 별당 건축물이다. 정면 3칸, 옆면 2칸의 단층 팔작집. 3단 축대 위에 남향으로 세웠다. 여름철에는 실내를 전부 개방하여 경포 호수를 바라보며 시원하게 생활할 수 있다. ‘해운정’이란 현판은 우암 송시열의 글씨이며, 내부에는 율곡 이이 등 여러 명사들의 시문과 기록이 보존되어 있다. 


허난설헌 생가터


경포대 남안의 허난설헌 생가터는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여류 시인 허난설헌(1563~1589년)이 태어난 집터로 알려져 있으나 정확한 사실과 건립 연대는 미상이다. 안채와 사랑채, 곳간채가 ‘ㅁ’자로 배치돼 있으며 외부를 둘러싼 담이 있다. 남녀의 구분이 엄격하여 남자들은 솟을대문으로, 여자들은 우물간과 방앗간 옆의 협문으로 출입하였다. 또한 사랑마당과 구분하는 내외 담을 사랑채 옆에 쌓아서 출입 시선을 차단하고 있다. 문의 033-640-5585


참소리축음기 에디슨과학박물관 


경포호 서쪽의 참소리축음기 에디슨과학박물관은 세계 최대 규모의 오디오 전문박물관이다. 세계 17개국에서 제작한 1400여 점의 축음기를 비롯해 음반 15만 장, 음악 관련 도서 8000여 권이 진열되어 있다. 에디슨이 1877년 발명한 축음기인 유성기 1호(틴호일) 등 미국 워싱턴의 에디슨박물관보다도 에디슨이 만든 축음기 진품들이 더 많이 진열되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입장료 어른 7,000원, 어린이 5,000원. 개관시간 08:30~18:00. 문의 033-655-1130~2


오죽헌


오죽헌(烏竹軒·보물 제165호)은 조선시대에 지어진 목조 건물로서 신사임당(1504~1551년)과 율곡 이이(1536~1584년)가 태어난 집이다. 몽룡실 뒤꼍의 율곡매(栗谷梅·천연기념물 제484호)는 신사임당과 율곡이 직접 가꾸던 매화나무다. 율곡기념관에는 율곡의 저서인 <격몽요결(보물 제602호)>과 신사임당의 글씨, 그림 등 율곡 선생 일가의 유품 6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입장료 어른 3,000원, 어린이 1,000원. 주차료 승용차 1,000원. 개관시간은 하절기 09:00~18:00(동절기 17:00). 문의 033-640-4457~60, www.ojukheon.or.kr


강릉 정동진


강릉의 정동진(正東津)은 광화문에서 정확히 동쪽에 있다는 어촌이다. 이곳을 지나는 정동진역은 자그마한 간이역인데, 1980년대 중반 드라마 ‘모래시계’가 방영된 이후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수배를 피해 외딴 어촌에 내려와 숨어 있던 혜린(고현정)이 초조하게 기차를 기다리다 경찰관에게 체포되던 바로 그곳이다. 정동진역을 통과해 바다로 가려면 입장료(500원)를 내야 한다. 주차료 1시간 1,000원. 문의 033-644-5062, http://jeongdongjin.go.kr


정동진 모래시계공원


정동진 모래시계공원은 1999년 새로운 천년을 기념하기 위해 드라마 ‘모래시계’의 제목에서 힌트를 얻어 조성했다. 모래시계는 지름 8.06m, 폭 3.20m, 무게 40톤, 모래 무게만 무려 8톤에 이른다. 이는 세계 최대의 규모라 하는데, 모래가 모두 아래로 떨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꼭 1년. 매년 1월 1일 0시에 반 바퀴 돌려 위와 아래를 바꿔 새롭게 시작한다. 입장료, 주차료 모두 없다.


정동진 타임스토리


정동진 모래시계공원 옆에 있는 타임스토리는 ‘인간과 시간’을 주제로 한 시간 테마박물관이다. 제1관(시간과 과학)은 오차 극복을 위한 인류의 노력, 제2관(시간과 예술)은 아름다움을 추구한 중세시대의 진귀한 시계, 제3관(시간과 열정)은 예술의 경지를 넘어선 현대 작가들의 작품, 제4관(시간과 헌신)은 관련 분야의 한 작가를 선정하여 집중 조명하는 특별관으로 구성돼 있다. 관람료 일반 4,500원, 청소년 3,500원, 어린이 2,000원. 문의 033-644-5644, www.timestory.co.kr


강릉 통일공원


강릉 통일공원은 1996년 북한 무장 잠수함이 침투한 것을 계기로 안보의식 고취를 위해 2001년 개관한 안보전시관이다. 이곳에는 북한군이 침투할 때 타고 온 북한 잠수함을 비롯해 우리 해군의 퇴역함정 등이 전시되어 있다. 관람료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주차료 1,000원. 문의 033-640-4470


 


>> 별미


초당순두부


경포대 근처의 초당동은 국산콩을 곱게 갈은 뒤 바닷물을 간수로 쓴 초당순두부로 유명한 마을이다. 초당마을에는 고소하고 부드러운 순두부로 이름을 날리는 전통 있는 식당이 여럿 있는데, 그 중에서도 초당할머니순두부집(033-652-2058)이 유명하다. 순두부백반 5,000원, 순두부 4,000원, 모두부 5,000원.



>> 숙박


선교장 전통문화체험관(033-646-3270, www.knsgj.net)에서 체험형 숙박이 가능하다. 이 외에도 경포대 가까이에는 펜션라고(019-535-1030), 휴심(033-642-5075) 등의 숙박 시설이 있다. 경포해수욕장 근처의 르호텔경포비치(033-643-6699), 비치파크모텔(033-653-9111), 뉴그린모텔(033-644-1960), 씨에스타(033-651-8446) 등은 전망 좋은 숙박시설이다.


정동진역 앞에 모텔과 민박집이 많다. 썬크루즈리조트(033-610-7000 www.esuncruise.com)는 바닷가 절벽 위에 서있는 유람선 모양의 호텔.


▲ 널따란 반석이 일품인 동해 무릉계곡. 물 미끄럼을 타는 어린이가 참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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