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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바이오틱

오우정 2009. 11. 19. 23:00
국내 열풍 부는 건강장수식 '매크로바이오틱'은…
시골 외갓집서 먹던 바로 그 '신토불이 밥상'
  • 매크로바이오틱(macrobiotic)이 뭐지?

    SBS 특별기획 드라마 ‘스타일’에서 류시원이 매크로바이오틱 쉐프라는 생소한 직업으로 등장하면서 매크로바오이틱 요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름도 어려운 데다 극중에서 선보이는 매크로바이오틱 요리는 호텔에서나 먹어볼 수 있는 값비싼 고급요리 같아 거리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실상 시골에 외갓집이 있다면, 집안에 건강 식단을 챙기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가 먹어봤거나 현재 먹고 있는 음식이 바로 매크로바이오틱이다.

    ■매크로바이오틱=할머니 밥상

    드라마 ‘스타일’의 ‘엣지 있는’ 요리를 담당하고 있는 강은숙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용어 때문에 다들 어렵게 생각하는데 매크로바이오틱 요리는 쉽게 말해 시골에서 할머니가 해주신 음식들”이라며 “한마디로 제철에 나는 식재료로 만든 신토불이 음식”이라고 소개했다.

    껍질을 벗기지 않은 현미에 콩과 여러 가지 잡곡을 넣어 지은 밥과, 유기농 채소에 조미료를 넣지 않고 무쳐 먹는 소박한 밥상이 바로 매크로바이오틱이란 얘기다.

    매크로바이오틱은 macro(큰) + bio(생명) + tic의 합성어로, 생명을 거시적으로 보고 자연에 적응하면서 평안하게 사는 생활법을 뜻한다.

    일본의 사쿠라자와 유키카스(櫻澤如一·1893∼1966)에 의해 제창된 매크로바이오틱 운동은 1927년 일본에서 ‘식양회’(食養會)가 발족된 이래 미국을 비롯해 유럽까지 지회가 퍼지며 국제적 음식문화운동으로 자리잡았다.

    이들은 바른 먹거리를 취하면 암·당뇨병·고혈압·비만·치매 등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비롯된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창한다. 도정하지 않은 곡물과 야채·콩류를 먹으면 다이어트·노화방지에 효과가 있고 특히 현대인의 환경병인 아토피 피부염의 근본적 치유가 가능하다고 알려졌다.

    매크로바이오틱은 존 레논과 마돈나, 마이클 잭슨 등의 헐리우드 스타와 슈퍼모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 등이 실천해 더 유명해졌다.

    일본에서는 1980년대부터 건강잡지 등에 소개돼 왔으나,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은 것은 다이어트와 건강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이다. 일본과 영국, 프랑스 등에서는 건강 장수법으로, 미국에서는 육식 위주의 식습관을 고치기 위한 다이어트식으로 보급됐다.

    ■식당가에서도 매크로바이오틱 붐

    최근 국내에서도 식당가에서 매크로바이오틱 요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송이버섯의 계절 가을을 앞두고 호텔가에는 송이버섯을 주제로 한 매크로바이오틱 요리가 주요 메뉴로 각광받고 있다.

    롯데호텔서울(소공동)의 정통일식당 모모야마는 송이버섯의 계절을 맞아 9코스로 구성된 특선메뉴 ‘자연송이 가이세키’를 비롯해 각종 송이 요리를 선보인다. 이곳 안중호 책임조리장은 “건강에 대한 손님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제철 식재로로 만든 일본식 코스요리인 가이세키의 인기가 높다”면서 “가이세키 요리는 제철 식재료와 계절에 맞는 그릇, 장식 등을 사용하고 배가 부르기 직전까지의 양을 담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밀레니엄 서울힐튼 프랑스 식당에는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린 ‘소금으로 싸서 구운 농어 요리’를 판매한다. 신선한 농어를 깻잎과 바질로 감싼 다음 소금으로 감싸서 오븐에 구어내는 요리로, 특별한 소스나 요리법을 쓰지 않고 생선(농어)의 본래의 맛을 가장 잘 살려내는 것이 특징이다.

    감각적인 매크로바이오틱 요리를 배우려는 젊은 여성들의 수요가 높아져 매크로바이오틱 강습도 인기다. 휘슬러코리아가 지난 7월 시작한 ‘매크로바이오틱 쿠킹 클래스’는 최근 수강 문의가 늘고 있으며 ‘원데이 쿠킹 클래스’는 늘 정원을 초과한다.

    ■매크로바이오틱의 음식 철학

    매크로바이오틱의 기본 식사법은 육식을 자제하고 유기농으로 기른 곡류나 채소를 중심으로 먹는 것이다.

    곡류와 채소는 현지에서 난 제철 음식을 먹어야 하는 ‘신토불이’(身土不二), 어떤 음식이든 껍질이나 뿌리, 잎 등 가능하면 버리는 부분 없이 전체를 모두 먹는 ‘일물전체’(一物全體), 사람의 체질과 균형을 이루도록 음양의 밸런스를 조절하는 ‘음양(陰陽)조화’ 등 세 가지 음식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휘슬러코리아의 최혜숙 수석쉐프는 “신토불이는 바나나와 파인애플 같은 열대작물은 열대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섭취하면 체온이 내려가지만 온대지역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먹을 경우 몸이 차갑거나 산성이 되는 원리”라며 “현미와 잡곡을 중심으로 자신이 사는 토지에서 제철에 생산된 식품을 먹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또 음식은 씨·열매·뿌리·잎 등을 포함해 완전한 모습으로 있을 때 비로소 영양상으로 균형이 생기고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곡물류는 가능한 도정이 덜 된 것이 좋다. 채소는 잎이나 뿌리까지 먹으며 생선 역시 작은 생선일 경우에는 통째로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은숙 푸드스타일리스트는 “모든 식재료 안에는 자연에서 얻은 기(氣)가 있기 때문에 자연의 기를 음식을 통해 받아들이려면 파를 먹어도 파 뿌리를 갈라내지 않고 큰 생선보다는 작은 생선을 머리부터 꼬리까지 다 먹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기농 음식이 생산 농법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면 매크로바이오틱은 조리법까지 자연친화적일 때 음식이 갖고 있는 생명력을 완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집에서 만들어 보는 매크로바이오틱 요리
    ◆(왼쪽)두부남반요리=두부에 녹말가루를 입혀 팬에 지져낸 후 간장소스(간장에 꿀, 다진 마늘, 참기름, 청주를 넣고 졸인다)에 살짝 졸여 볶은 양파, 피망과 곁들인다.
    ◆(오른쪽)현미 누릉지 카나페=현미밥을 자그마하게 프라이팬에 눌리고 흑임자가루를 꿀과 1대 1비율로 섞어 바른 후 단호박, 고구마, 당근을 깍뚝썰어 볶아 위에 올린다.
    ◆잡곡밥=현미는 껍질이 벗겨지지 않도록 살살 씻고 무농약 고구마와 옥수수는 껍질 채 넣어 밥을 짓는다.
    강은숙 푸드스타일리스트 제공
    ■매크로바이오틱 식단의 원칙
    ●백미 대신 현미를 먹는다.
    ●잡곡이나 채소는 최대한 버리는 것 없이 통째로 먹는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제철 식품을 먹는다.
    ●채소 반찬을 늘 상에 올린다.
    ●큰 생선 보다는 작은 생선을 뼈째로 먹는다.
    ●간식은 자연식으로 먹는다.
    ●우유나 치즈 대신 두유나 두부를 먹는다.
    ●조리법을 되도록 간단히 해 식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린다.
    ●먹는 것을 즐기며 천천히 씹어 먹는다.
    도움말:휘슬러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