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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오우정 2009. 11. 15. 20:24

간염

도 크다”, “간이 부었나?”, “간이 콩알만해졌다”, “간에 기별도 안 간다”
예로부터 간은 일상 대화 중에 흔히 등장하는 장기다. 위에 예를 든 네 문장에서 앞의 셋은 간의 크기에 변화가 생겼음을 의미하고, 마지막의 것은 먹은 음식의 양이 적어서 간까지 가 보지도 못했다는 뜻이다. 이렇게 간의 크기가 변하는 일과 먹은 음식이 충분하면 간까지 가는 일이 실제로 가능한 것일까? 결론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간이 딱딱해지는 간경화는 간이 작아지게 하고, 간에 지방이 끼는 지방간은 간이 커지게 한다. 간은 소화에 관여를 하기는 하지만 직접적으로 음식이 지나가는 길에 있는 장기가 아니므로 간에 기별도 안 가는 것은 섭취한 음식의 양에 관계없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탄수화물이 소화되면 간에 가서 저장이 되므로 간에 기별이 간다고 할 수도 있다. 아무리 간에 저장되는 탄수화물이 많다고 해도 몸으로 느낄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피부를 제외하면 인체에서 가장 큰 장기이기도 한 간의 기능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사람의 몸에서 해독을 담당하는 장기”다. 종합병원에 가면 내과도 소화기, 순환기, 호흡기, 내분비, 신장, 혈액, 종양, 알러지, 류머티스, 감염 등 10개의 분과로 분류되어 있다. 간에 이상이 있는 분은 소화기내과로 가야 하는데 간에서는 어떤 소화기능을 하는 것일까?

 

간의 기능을 크게 (1) 대사조절, (2) 혈액조절, (3) 쓸개즙생성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혈액에 포함된 영양소와 독소를 흡수하는 기능이 바로 대사조절 기능이다. 대사를 통해 몸에 해로운 물질인 독소를 해롭지 않은 물질로 바꾸는 것이 바로 간의 해독작용이다. 술(알코올)을 기분 좋게 마시기는 했는데 대사능력을 초과한 경우네는 두통, 속이 뒤틀림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이 때 체내에 들어온 알코올을 대사하여 원상태로 회복시켜 주는 것도 간의 기능이다. 음식으로 섭취된 탄수화물은 작은창자에 이르는 동안 소화되고, 작은 창자의 벽을 통해 흡수되면 혈류를 따라 간으로 가서 포도당(glucose)이 당원(glycogen)으로 변환되어 간세포에 저장된다. 간은 사람의 몸에서 가장 많은 양의 피를 저장하고 있는 장기이기도 하다. 피가 간을 통과해 가는 동안 병원체를 포함한 이물질과 손상된 적혈구 등이 간에서 제거되기도 하며, 간세포에서는 피 속에 포함되어 있는 단백질을 합성하기도 한다. 피 속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단백질인 알부민은 삼투압을 조절한다. 그 외에도 피 속에는 여러 가지 물질을 운반하기 위한 운반 단백질을 비롯하여 다양한 기능을 하는 단백질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쓸개즙은 쓸개(담낭)가 아닌 간에서 생성된다. 쓸개즙에 포함된 수분과 전해질은 위에서 작은 창자로 넘어 온 미즙을 중화시킨다. 또 쓸개즙에 포함된 염은 지질의 소화와 흡수에 중요한 기능을 하므로 간이 소화기관임을 보여 준다.

 

 

일상 생활에서 권태감을 느끼는 사람이 “이제 이 생활에 염증이 생겼나 봐”라는 말을 쓰는 경우가 있다. 의학적으로 염증이란 외부에서 가해진 자극에 대하여 신체가 반응하는 방어기전으로 열, 빨간색으로 변화, 부어오름, 통증, 기능 상실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염증 부위에는 반응기전과 관련된 여러 가지 종류의 세포들이 모여든다. 간에 염증이 생기면 간세포가 파괴된다. 간은 재생능력이 뛰어나므로 특수한 경우에 파괴되는 만큼 재생이 이루어진다면 염증이 있더라도 정상기능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보통은 간에 염증이 생기면 간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간에 염증이 생기는 원인으로는 바이러스 감염, 약을 포함하여 간독성을 일으키는 물질에 노출, 과다한 알코올 섭취 등이 있다. 한 때 “간염 천국”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우리나리에서는 간염이 유행했었다. 가장 흔한 원인은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이었다. 30여년 전에는 전국민의 66%가 환자 또는 보균자라는 기사도 있을 정도다. 예방접종을 비롯한 예방법에 대한 계몽과 교육이 성과를 거두어 이제는 환자와 보균자 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 상태이다.

 

80년대에 B형 간염이 매스컴을 장식했다면 90년대에는 C형 간염이 매스컴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B형 간염의 유병률이 지역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는 것과 달리 C형 간염은 전세계적으로 나라에 관계없이 1-2% 정도의 유병률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서자 A형 간염이 수시로 매스컴에 등장하곤 한다. 최근에도 몇몇 학교에서 집단으로 A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환자발생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간염은 진행상황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급성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직후를 가리키며, 만성은 보통 간세포 괴사와 염증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가리킨다. 급성 감염 시 심한 경우에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지만 증상이 없이 만성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A, B, C형 간염중 A형은 만성으로 이행하지 않고, 급성 감염 후 회복되는 것이 특징이지만 B형과 C형은 20년 이상 감염 상태로 지낼 수 있다. 간염이 이렇게 장기간 지속되면 간경화를 거쳐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이외에 간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는 D형, E형, G형이 더 존재하나 아직까지 우리 나라에서 큰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다.

 

 

필자가 어렸을 때 동네 노인들이 오래간만에 만나는 손자를 비롯한 어린이들에게 “요새 힘드나, 왜 이렇게 얼굴이 노랗노?”라고 하시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피곤하면 얼굴이 노래진다는 것은 동네 어른들의 경험에서 우러난 이야기인 듯한데 이게 과연 의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이야기일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얼굴이 노래지는 현상을 황달이라 하며, 황달은 간염이 있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이기도 하다.

 

간염이 발생한 경우 간세포가 파괴되기 시작하면 간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피 속에서 적혈구가 산소운반 기능을 담당하는 것은 헤모글로빈이라는 단백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헤모글로빈은 네 개의 글로빈이 한데 모인 상태에서 철이 결합한 모양을 하고 있다. 이 철에 산소가 결합할 수 있으므로 폐에서 숨을 쉴 때 들어온 산소와 결합하여 온몸을 돌아다니다가 산소를 필요로 하는 조직에 산소를 내려 준다. 적혈구의 수명은 약 120일이다. 수명을 다한 적혈구는 파괴되는데 이 때 적혈구에서 유리된 헤모글로빈은 빌리루빈으로 변하게 된다. 빌리루빈은 간세포에서 접합(conjugation)이라 하는 다음 과정을 거쳐가야 하지만, 간세포가 파괴되어 있으면 이 과정이 원활하게 일어날 수가 없다. 간세포에서 처리되지 못한 빌리루빈은 정착할 곳을 찾지 못한 채 혈류를 타고 떠돌아다니다가 인체 곳곳에서 정착을 한다. 피부에 침착되면 피부색이 노랗게 변하고, 계속해서 빌리루빈이 쌓이게 되면 노란색에서 점점 더  짙은 색으로 피부가 바뀌어 가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예나 지금이나 간염 중에서는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환자가 가장 많으므로 피곤하면(간염에 걸리면) 얼굴이 노래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예방접종과 생활습관개선을 통해서 간염을 해결하자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 불과 한 세대 전의 이야기이므로 그 이전에는 B형 간염 환자가 꽤 많았을 것이라 유추할 수 있다. 간염의 대표적인 증상의 하나가 피로감이므로 과거에 노인들께서 얼굴이 노랗게 변한 사람을 보고 피곤한지를 묻는 것은 의학적으로 간염 환자의 증상이 발현되는 것과 연관을 지을 수 있다. 물론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피로해졌나?”고 하신 것이 아니라 “힘든 모양이네, 얼굴이 노래진 걸 보니”라고 하셨으니 전후 관계를 바꾸어 이야기하신 건 분명하다.


 

 

위에서 B형 간염의 시대, C형 간염의 시대를 거쳐 최근에는 A형 간염이 유행하고 있다는 내용을 기술했다. 왜 최근에 A형 간염이 갑자기 우리나라에서 유행을 하기 시작했을까? A형 간염 바이러스는 과거에도 우리나라에 상주하고 있던 바이러스다. 최근에는 A형 간염 환자수가 매년 수천 명 단위로 증가하고 있으나 과거에는 매년 수백 명 정도의 환자만 발생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A형 간염이 갑자기 우리나라를 찾아온 찾아 온 질병은 아니다.

 

전염성 병원체의 감염에 의해 생기는 질병은 위생상태가 좋아지면 줄어든다는 것을 상식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한 예로 1976년에 필라델피아에서 미국 재향군인회가 열렸을 때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전염병이 유행을 한 바 있다. 선진국이며 위생상태가 뛰어난 미국에서 발생한 이 질병은 레지오넬라균에 의한 감염이며, 냉방기(에어컨)에 고인 물에서 이 균이 자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냉방기를 사용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생기지 않을 수도 있는 질병이니 위생상태가 개선된다고 반드시 전염병 발생이 줄어드는 것은 아님을 보여 준 예라 할 수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A형 간염이 유행하는 것이 위생상태와 관계가 있는 걸로 판단된다. 위생상태가 나빠서가 아니라 과거와 비교하여 위생상태가 개선된 것이 A형 간염이 유행하게 된 원인인 것이다.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시절에는 지금보다 A형 간염이 유행할 가능성이 컸지만 어린 시절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약하게 감염되었다가 별 문제 없이 지나가므로 자연적으로 면역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위생이 개선된 오늘날에는 어린 시절에 약하게 감염될 기회가 없으므로 면역능력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나이가 든 후에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것이 급성 간염 증세를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된다.

 

 

 

  

신종 독감이 전세계적으로 유행을 하고 있는 가운데 예방법을 이야기할 때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는 “외출했다 돌아오면 노출 부위를 씻어라”는 것이다. 물론 환자들이 있는 지역을 피하는 것과 같이 병원체를 피하는 것이 중요한 예방법이다. 그러나 매번 이렇게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번거롭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한 방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예방접종법이 개발되기를 기다릴 것이다. B형 간염 예방접종은 일반적으로3회에 걸쳐 받아야 한다. 그 후에 예방효과를 검사하여 충분히 않으면 한 번 더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예방접종의 효과가 100%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알고 계실 것이다. 신생아 예방접종표에 B형 간염 예방접종은 반드시 받아야 하지만 A형과 C형 예방접종은 필수로 표기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는 A형 간염 예방접종이 필수 또는 권장사항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이미 예방접종법이 개발되어 있는 이상 그 효과가 100% 예방을 보장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마음 편하게 지내려면 예방접종 받기를 고려해보는 것이 좋겠다. 참고로 환자로 판명된 경우에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만성인 경우에 완치하기가 쉽지 않다. 간염과 싸우기보다 가까운 친구로 지내겠다는 생각으로 주치의와 상의하면서 열심히 노력하면 별다른 문제 없이 수명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