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가을의 별미 울산의 전어맛

오우정 2009. 9. 16. 17:01

깨가 쏟아지는 계절, 가을이다. 특유의 향내를 풍기며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철이다. 가을전어는 다른 계절보다 3배나 높은 불포화지방산과 골다공증에 특효인 인산칼슘을 몸에 두르고 있고, 산란 직전인 탓에 살이 부드럽고 고소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사람들은 유독 가을전어에 집착한다. 동지 팥죽 먹듯이 가을이 되면 전어를 꼭 먹어야 한다. 그래서 코스모스와 귀뚜라미보다 더 유명한 가을 전령사가 됐다.

그런데 우리는 겨울, 봄, 여름이 지나도록 기다려온 전어 녀석을 너무 쉽게 대한다. 산소 공급기가 없으면 곧바로 하직하는 그 녀석의 급한 성질머리도 우리는 잘 모르고 있다.
그토록 기다려온 전어를 매번 아쉽게 보내 버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생전의 모습을 접하기도 어렵고, 전어가 사시사철 잡히는 생선이라는 사실도 까맣게 잊고 있다.

특히 그 녀석을 음미할 때에도 뼈 째로 썬 회나 머리부터 꼬리까지 통째로 먹을 수 있는 구이로만 한정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그 녀석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로 이 대목에서 전어의 프로필 한 번 되새겨본다.

청어목 청어과의 바닷물고기인 전어는 수심 30m 이내의 연안에 산다. 몸길이는 15~31㎝이며, 등쪽은 암청색, 배쪽은 은백색을 띤다.

등쪽의 비늘에는 가운데에 각 1개씩 검은색 점이 있어 마치 세로줄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며, 배쪽 정중선을 따라 수 십개의 날카롭고 강한 모비늘이 나 있다.

강원도 강릉에서는 새갈치, 전라도에서는 되미·뒤애미·엽삭, 경상도에서는 전애라고 불린다. 크기에 따라 큰 것은 대전어, 중간 크기의 것은 엿사리라고 하며, 강원도에서는 작은 것을 전어사리라 부르기도 한다.

 

미식가들은 가을전어가 돌아왔다는 소식에 벌써부터 입맛을 다시고 있다.
갓 잡아올린 전어의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온몸 전체로 퍼져나가는 그 느낌이 한여름 무더위로 잊었던 입맛을 되찾아주기 때문이다. 전어의 이 특별한 맛은 옛 문헌과 구전을 통해서도 전해진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전어는 기름이 많고 달콤하다’,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는 ‘가을전어 대가리에는 참깨가 서말’이라고 기록돼 있다. 또 ‘집 나간 며느리도 전어 굽는 냄새를 맡으면 돌아온다’는 전설같은 말로 전어 만이 가진 특유의 맛을 인정하고 있다.

이 멋진 전어를 횟집에서만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자연산 전어를 직접 낚을 수 있는 낚시천국이 숨어 있다.


■ 화끈한 입질…자연산 전어 잡이

   

▲ 울산시 남구 장생포 고래박물관 옆 방파제가 가을전어를 낚는

   낚시객들로 붐비고 있다.

전어의 진미를 느끼려면 전어부터 잡아야 한다. 
울산 남구 매암동 장생포고래박물관 옆

방파제가 팔딱팔딱 뛰는 전어를 낚아챌

수 있는 특급 포인트다. 이 곳에서는 꾼이

아니어도 간단한 장비 만으로도 10마리는 너끈히 낚아올릴 수 있다. 최근 수질이 많이 개선됐고, 인근 곡물 창고 하역작업때 날리는 곡물가루가 전어를 이곳으로 끌어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 전어 새꼬시

 

 

 

 

 

 

 

 

 

채비는 4~5.3m 길이의 릴 낚싯대에다 원줄 3호, 부력 0.5~3호 가량의 막대찌, 바늘 4~6호 사이의 전어카드, 빵가루와 집어제 등으로 만든 밑밥만 갖추면 된다. 이것도 부담된다면 장대 낚싯대를 이용해 전어카드만 매단 간단한 채비로도 얼마든지 낚시가 가능하다.

고래박물관 방파제에서는 예년보다 1개월 빠른 8월1일부터 전어 입질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3~4일 동안 조황이 좋지

않지만, 그래도 아침 물때 또는 들물 시간대에는 한 번에 2~3마리씩 잡힌다.

전어는 다른 바닷물고기와는 달리 찌를 물고 들어가지 않고, 위로 올리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원줄을 팽팽

   
▲ 전어 회무침

하게 관리해 입질이 왔을 때 곧바로 챔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데리야끼 소스 얹은 전어 튀김

특히 전어 낚시는 미끼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낚시자리 가까이 집중적으로 밑밥을 뿌려야 한다. 밑밥 유무에 따라 조과 차이가 많이 난다.

이 밖에 전어의 입질 수심대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전어 카드 채비를 2개 연결하거나 찌밑 수심을 자주 조절해 공략 수심층을 폭넓게 만들어야 한다.

고래박물관 방파제 보다는 전어 개체수가 떨어지지만, 인근 해양경찰서 옆 등대방파제와 석탄부두 방파제, 학성교

아래 태화강에서도 자연산 전어를 잡을 수 있다.

▲ 구이부터 젓갈까지…다양한 전어요리

   
▲ 울산시 남구 삼산동 해적수산 박민수 주방장이 전어를 이용한 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 전어 구이

전어를 낚아올릴 때 짜릿한 손맛을 만끽했다면 이제는 전어 고유의 맛을 즐기는 일만 남았다.

전어는 제철이 가을 한 철 뿐이어서 전어 만을 상설 판매하는 회 식당은 없다. 다른 횟감을 같이 취급하다 가을에 전어를 특별 메뉴로 내놓는다.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무궁무진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양념 쌈장을 얹어 깻잎에 싸먹는 ‘새꼬시’. 연한 뼈와 뽀얀 속살이 씹히면서 내는 뽀드득 소리와 고소함이 일품이다.

‘구이’는 잘 구운 생선 하나가 얼마나 큰 식도락을 가져다줄 수 있는 지를 잘 보여준다. 집 나갔던 며느리까
지 집으로 불러 들인다는 명품 향내가 숨어있다.

쌉싸름한 파와 무 등과 함께 버무린 ‘무침회’는 술 안주로도 제격이고, 쫀득한 전어의 살결이 흰 밥알과 함께 씹히는 맛이 최고인 ‘초밥’과 ‘롤’은 평소 접하기 힘든 전어 요리다.

   
▲ 전어 롤·초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