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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가격인하 따져보니… ‘사양’은 쏙 빠졌네∼

오우정 2010. 6. 25. 05:58

현대차 가격인하 따져보니… ‘사양’은 쏙 빠졌네∼

국민일보 | 입력 2010.06.24 18:14 |

현대자동차가 그랜저와 제네시스 일부 모델 가격을 100만∼500만원 이상 대폭 내렸다고 밝혔지만 일부 사양을 뺀 결과로 가격 인하폭을 과장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기존에 차량에 장착됐다가 이번에 뺀 사양을 감안하면 가격 인하폭은 현대차 주장처럼 크지 않다는 것이다. 고급 사양을 추가하고도 값을 내린 비슷한 배기량의 수입차들과 대비된다.

현대차는 지난 15일 그랜저 탄생 24주년 기념모델을 출시하면서 일부 모델 가격을 100만∼111만원 인하했다고 밝혔다. 그랜저의 지난달 판매량은 2229대로 기아차 K7(3269대)에 4개월째 밀리다 보니 가격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기존 모델보다 111만원 낮춘 그랜저 럭셔리 스마트팩의 경우 후진 연동 사이드미러, 전동조절식 페달, 뒷좌석 전동커튼을 삭제했다. 삭제한 3개 사양의 가치는 62만원으로 실제로는 49만원만 내린 셈이다. 또한 100만원을 내린 그랜저 럭셔리의 경우 버튼 시동장치, 슈퍼비전 클러스터 등을 추가한 반면 클러스터이오나이저, 레인센서, 뒷좌석 독서등, 발수글래스 등은 뺐다.

가격을 5705만원에서 5203만원으로 502만원 내린 제네시스 럭셔리 VIP는 에어서스펜션과 파워트렁크 리드 등 2개 사양이 삭제됐다. 2개 사양가치는 250만원으로 실제는 252만원을 깎아준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입 프리미엄 세단에도 적용되지 않은 고가 사양을 빼 502만원의 가격 인하를 유도, 가격경쟁력을 한층 높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하이패스시스템 등을 추가한 그랜드(20만원), 버튼 시동장치를 추가한 그랜드 프라임(40만원), HID 헤드램프를 추가한 럭셔리(50만원), 냉난방 통풍시트 등을 추가한 럭셔리(130만원) 등 다른 제네시스 4개 모델은 모두 가격이 올랐다.

성능을 높이고 사양을 추가했으면서도 가격을 내린 수입차들에 비하면 너무한다는 게 소비자들의 지적이다. 더군다나 그랜저는 연말쯤 풀체인지 모델이 나올 예정인 만큼 '재고 떨이용'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회사원 박모씨는 "현대차가 비싼 사양을 빼고 가격을 대폭 낮춘 것처럼 과장하고 있다"라며 "사실상 재고를 처분하는 셈인데 가격을 내렸다고 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22일 국내 시판에 들어간 인피니티의 올 뉴 인피니티 M은 차선이탈 방지시스템과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등을 추가하고도 기존 모델보다 270만∼500만원 낮췄다. 올 초 출시된 닛산의 뉴 알티마 역시 버튼 시동장치, 보스 프리미엄 오디오 등을 새로 적용했으면서도 290만∼300만원을 인하했다.

수입차들의 잇따른 가격 인하에 국내 수입차 판매량은 올 들어 1월 6377대, 2월 6438대, 3월 7102대, 4월 7208대, 5월 7193대로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반면 현대차가 주도하는 국산차 내수 판매량은 3월 12만3693대를 정점으로 4월 12만3210대, 5월 11만6253대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2011년형 쏘나타의 경우 최신 사양 추가로 모델별로 8만∼22만원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사양가치를 감안할 때 41만∼56만원의 인하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면서 "기아차 K5의 인기가 치솟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