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3000만원 넘는 수입차가 언덕도 못 오르다니, 헐”

오우정 2010. 6. 16. 06:18

3000만원 넘는 수입차가 언덕도 못 오르다니, 헐”

경향신문 | 입력 2010.06.15 16:29 | 누가 봤을까? 30대 남성, 전라

 

몇 개월 전 큰맘 먹고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를 구입한 김모씨(30)는 운전 중에 진땀을 흘렸다. 국산차가 쉽게 오르는 언덕을 못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자칫 사고라도 날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 그 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등골이 서늘해진다.

김씨는 자주 다니던 경기도의 한 절에 가기위해 길을 나섰다. 절에 오르는 포장도로 초입에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언덕을 오르던 차가 점점 느려지더니 이내 멈춰 섰다. 깜짝 놀란 김씨가 가속페달을 세게 밟았지만 엔진 소리만 커질 뿐 차는 전혀 언덕을 오르지 못했다. '설마 이 정도 언덕을 못 올라갈 리가 있겠나' 생각하고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지만, 차는 오히려 뒤로 밀려 내려갈 뿐이었다. 결국 김씨의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는 언덕 아래까지 후진으로 내려가야 했다.

지난달까지 김씨가 몰던 차는 '대우 레조 LPG' 차량이었다. 김씨는 레조를 중고로 팔면서 400만원을 받았다. 그는 "3000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구입한 수입차가 400만원짜리 국산 중고차도 올라가던 언덕을 못 올라간다니 기가 막히다"면서 "성능을 중시하는 '기술의 혼다'라고 추켜세우던 영업사원의 말을 믿고 수입차를 구입했는데 차의 기본적인 역할도 제대로 못한다니 완전히 속은 기분"이라고 불쾌해했다.

또 다른 운전자 김모씨(34)는 도요타 하이브리드 시승차를 1박2일 동안 타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시승을 끝내고 밤늦은 시간에 집으로 향했지만 주차장까지 갈 수가 없었다. 집이 있는 언덕길을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몇 차례 시도 끝에 포기한 김씨는 언덕 아래 대로변에 차를 세우고 집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시승차에 주차위반 딱지를 끊거나 사고라도 날까봐 불안한 마음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수밖에 없었다. 수입차 하이브리드 차를 사려던 마음을 고쳐먹은 김씨는 "미리 시승해 본 것이 천만 다행"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부 하이브리드차들의 주행능력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는 배터리 등 늘어난 무게에 비해 엔진의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는 1.3리터로 국산차와 수입차를 통틀어 가장 작은 엔진을 갖고 있다. 출력은 94마력에 불과하지만 혼다 측은 여기에 20마력 전기모터를 더해 주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기모터와 배터리의 무게가 추가돼 실제 차량의 주행성능은 별반 향상되지 못했다.

혼다자동차 측은 이에 대해 "이브리드 차는 판매할 때 에코가이드라는 내용과 소개자료를 함께 제공하는데, 그게 잘 이뤄지지 않은 모양"이라며 "배터리 게이지가 어느 정도는 유지가 돼야 하는데, 아마 차를 오랫동안 운행하지 않고 세워놓는 등 특별한 악조건이 겹쳐 발생한 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국 오토모티브컬리지 최우진 교수는 "일부 하이브리드 차들은 모터 배터리 등 무게가 늘어나고 시스템이 복잡해 경우에 따라 주행 성능이 부족하게 나타날 수 있다"면서 "하이브리드는 연비가 기대한 만큼 나오지 않는 등 마케팅적인 요소가 강한만큼 검증된 청정 디젤 엔진 등에도 눈을 돌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