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잡동사니

정수기 사용한 뒤 수도요금 '껑충'···비밀 벗겨보니

오우정 2010. 3. 22. 09:38

정수기 사용한 뒤 수도요금 '껑충'···비밀 벗겨보니

노컷뉴스 | 입력 2010.03.22 06:06 |

 


[CBS사회부 김효은 기자]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물을 절약하고 수자원을 보존하자는 의미에서 국내에서도 지난 1994년부터 물의 날을 기념해오고 있다. 그런데 좀 더 깨끗한 물을 마시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정수기 보급이 급격히 늘고 있다. 문제는 정수기를 사용하는 가정에서는 쥐도 새도 몰래 엄청난 양의 물이 새고 있다는 사실. CBS는 물의 날을 맞아 '물 낭비 도둑'으로 꼽히는 역삼투압 정수기의 문제점을 짚어본다.[편집자주] A사의 역삼투압식 정수기를 이용하고 있는 정모(56·여·서울 반포동)씨. 몇 해 전 정수기를 집안에 설치한 뒤부터 정 씨는 수도요금을 10% 정도 더 내고 있다.

B사 역삼투압식 정수기를 5년째 사용하고 있는 주부 김모(51·여·경기도 부천시)씨 가정도 마찬가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한국미생물학회가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그 답이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정수기 제조회사인 A, B사가 주로 생산하는 역삼투압식 정수기의 물 회수율(물을 정수시켜 얻는 비율)은 30%가 채 안 되는 걸로 나타났다.

역삼투압은 미세한 구멍의 반투막(특정 물질만 선택적으로 잘 통과시키는 막)에 강한 압력을 가해 각종 미세입자를 걸러내는 정수 방식으로, 필터 4개 중 3번째 필터를 통과하지 못한 물은 배수관을 통해 그대로 배출된다.

실제로 취재진이 정수량 3.6L의 역삼투압식 정수기를 이용해 직접 실험한 결과 정수된 물 0.5L를 생산하는데 1.75L의 물이 낭비됐다. 0.5L짜리 빈 생수통에 정수된 물을 채우는 동안 배수관으로 흘러내리는 물을 받았더니 같은 용량의 생수통 3병하고도 절반이 더 필요했다.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A, B사의 정수기 판매량은 77만대였고, 이중 역삼투압 정수기는 69만여대로 추정된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라 하루 물 섭취 권장량이 200ml씩 8잔(1.6L)이라고 가정할 때 하루에 한 사람이 역삼투압 정수기를 이용해 물을 마시면 평균 5.6L의 물이 버려지는 셈이다.

이 정수기 1대에 평균 4명의 가족이 물을 마신다고 했을 때 69만 가구에서 버려지는 물은 하루 1,545만L가 된다.

우리나라 1인당 하루 평균 물 소비량이 374L인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보급된 정수기에서만 매일 4만 1,326명이 쓰는 물이 아무도 몰래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이전에 역삼투압 정수기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 전국의 모든 가정을 포함하면 이런 방식으로 버려지는 물은 그 양을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국가적으로 보면 엄청난 손실이지만 역삼투압 정수기가 전국적으로 몇 대나 보급돼 있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수기 제조업체도 역삼투압 정수기의 이 같은 비밀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로서는 정수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물이 낭비되는지 모를 뿐더러 정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을 '오염된 물'로 간주해 대부분 그대로 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김 모 씨(부천시)는 "배수관으로 빠져나가는 물은 당연히 더러운 물이라고 생각했다"며 "역삼투압 정수기의 생활용수 배출량이 많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았다면 다른 방식의 정수기를 구입하거나 버려지는 물을 재활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사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정수기를 대여하거나 판매할 때 생활용수 배출 사실에 대해 알리도록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물 낭비율에 대한 문제의식에 공감해 생활용수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 수돗물이 수도꼭지에서 물을 받아 마셔도 될 정도로 깨끗하기 때문에 굳이 까다로운 역삼투압 방식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원대 송홍규 교수는 "이미 여러 단계 정수 과정을 거친 수돗물은 그 자체로 수질이 깨끗하기 때문에 수돗물 정수 과정에 굳이 강력한 정수 방식인 역삼투압 방식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면서 "역삼투압 정수기는 까다로운 정수 방식을 필요로 하는 지하수 정수에 적합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역삼투압 정수 방식의 실효성에 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africa@cbs.co.kr

'뉴스&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치킨 먹고 설사?’ 왜 그랬나 했더니  (0) 2010.04.21
국보 목록  (0) 2010.04.01
보물 목록  (0) 2010.04.01
탈세천국 온라인 車동호회  (0) 2010.03.18
독극물로 표백’ 中 나무젓가락 비상  (0) 2010.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