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명품한우가 있는 몸에 좋은 전국 맛집을 찾아서^^

오우정 2009. 9. 19. 04:35

 

입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운 육질, 한우의 맛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웬만해서 다른 고기는 쳐다보기 싫을 게다. 하지만

제법 값이 나가는 탓에 한우를 생각하는 우리의 마음은 늘 애틋하기만 하다. 가을의 문턱에서 부드러운 한우를 음미하며 그동안 축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것도 좋겠다. 전국적으로 명품 한우로 익히 알려진 고장이 많이 있다. 안심하고 한우를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초대한다. 강원 횡성의 한우등심구이, 경북 상주의 한우모둠구이, 전북 장수의 한우구이, 경남 합천의 황토한우구이다.







 

횡성

해발 600m 고랭지의 선물  한우등심구이

횡성은 예부터 ‘한우의 고장’으로 불렸다. 논농사가 발달한 덕에 겨울철 소의 주식인 볏짚이 풍부해 소를 많이 키웠고, 또한 해발 600m의 고랭지라 겨울이 춥고 일교차가 뚜렷해 소의 육질이 부드럽고 향미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선시대부터 횡성 우시장은 ‘동대문 밖에서 제일 큰 우시장’으로 유명했고, 제주도에서 소를 사러 횡성까지 오기도 했다고. 지금도 매월 1일, 6일 새벽에 열리는 횡성읍 조곡리의 우시장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한다.

여기에 더해 횡성군은 1996년부터 기존의 횡성한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시작했다. 생후 4~6개월 된 수소를 거세해 특유의 누린내를 없애고, 육질을 한결 부드럽게 한 다음 30개월까지 고급사료를 먹이며 엄격히 관리해 ‘횡성한우 명품고기’를 출시하기 시작한 것. 전통적으로 고기 맛이 좋기로 유명한 생후 24~30개월의 암소는 ‘횡성한우 암소고기’로 출하하고 있다. 요즘 횡성에 가면 ‘횡성한우 명품고기’와 ‘횡성한우 암소고기’를 입맛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데, ‘명품고기’는 육즙이 풍부하고 감칠맛이 난다.

그리고 ‘암소고기’는 씹을수록 고소하고 담백한 한우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횡성한우는 2005년 개최된 부산 APEC 정상회의 공식만찬 진상품으로 선정되었고, 전국 축산물 브랜드 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이런 화려한 경력에 걸맞게 고깃값도 만만치 않아, 고기 한 점이 자장면 한 그릇에 육박하지만, 지금도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횡성한우의 진면목을 맛보려면 불판 위에서 살짝 익혀 먹는 등심구이가 제격이다. 횡성한우 등심구이는 이가 없어도 먹을 수 있을 만큼 부드러워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한번 맛보고 나면 한동안 감미로운 여운이 사라지지 않을 정도다.

 

 




 

장수

초원에서 자라 더욱 맛있는 한우구이

지금은 ‘장수한우’가 유명하지만 장수사람들은 원래 소보다는 말을 더 많이 키우며 살아왔다. 장수가 고랭지인데다가 초원이 많아 말을 키우기에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넓은 초원에서 말을 타며 살았기 때문인지 장수사람들은 예전부터 유난히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호기로웠단다. 고려 시대 최영 장군 도 이곳에서 그가 아끼는 말을 타고 무예를 닦고 난 후, 병사를 훈련시켜 요동정벌에 나섰다. 또한 조선시대에 이곳에서 현감을 지냈던 최경회는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권율 장군 휘하에서 활약했고, 후에 장수 지역의 병사들을 이끌고 진주성으로 나아가 분전하다 전사.
진주성이 함락되자 왜장을 끌어안고 강물에 몸을 던진 것으로 유명한 논개 역시 이곳에서 말을 타고 컸던 낭자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장수는 말의 고장이었지만 세월이 흘러 자동차가 말을 대신하게 되자, 차츰 말이 사라져 지금은 경주마를 기르는 종마장만 남아 있을 뿐이다. 하지만 어느 때부턴가 말이 사라진 초원의 빈자리를 소들이 채우기 시작했다. 대대로 말을 잘 키워왔던 자연환경과 목축 노하우가 그대로 소에게도 적용된 것이었다.

그렇게 말 대신 소를 키우던 장수사람들은 약 20년 전부터는 ‘최고로 맛이 좋은’ 소를 키워보고자 해외 선진기술을

받아들이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몇 해 전에는 클러스터사업단을 구성, 천천면에 한우 유전자를 개량하는

‘유전자 뱅크’를 만들고 더욱 맛 좋은 장수한우를 만드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렇게 생산된 장수한우는 군내의

장수한우 전문점에서 맛볼 수 있다.

 






상주

감 껍질로 키운 청정한우 한우모듬구이

예로부터 상주는 ‘3백(三白)’의 고장이라 불리며 쌀, 누에고치, 곶감으로 유명했다. 입을 것, 먹을 것이 그리 풍족하지 않던 시절에 ‘누에고치(依)’와 ‘흰쌀(食)’로 이름이 났으니, 그 지역이 번성한 것은 당연한 일. 영남지방에서 경주와 더불어 가장 번창했기에 경주의 ‘경’과 상주의 ‘상’에서 ‘경상도’라는 이름이 나왔다.
이렇듯 대대로 살림이 풍족하고 또 낙동강 유역의 넓은 평야가 있어 지금까지도 한우를 많이 기르는데, 현재 인구가 11만명인 상주에서 키우는 소만도 5만 두가 넘으니 두 사람이 한 마리 꼴로 소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소가 이리도 많으니 사람들은 늘 소에게 무엇을 먹일까를 고민했고, 이때 눈에 들어온 것이 곶감을 만들고 남은 감 껍질이었단다.

곶감으로도 유명한 상주는 집집마다 감 껍질이 수박하게 쌓일 정도로 흔했고, 마침 비타민과 타닌 성분이 많이 들어

많이 들어있는 감 껍질을 먹은 소는 설사병이나 호흡기 질환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감 껍질 덕분에 소에게 먹이는 항생제 양을 대폭 줄인 청정한우를 상주에서는 ‘명실상감한우’라고 부르는데, ‘명실상부하게 상주 감(상감)을 먹여 임금님이 드시는 귀한 한우를 만들어낸다’는 뜻임 담겨있다고 한다.

‘명실상감한우’가 나온 지 8년이 된 요즘에는 상주축협에서 관리하는 소의 대부분이 1등급 이상 판정을 받고 있고, 이렇게 감 껍질을 먹여 키운 쇠고기는 어떤 부위를 구워 먹어도 그 맛이 부드럽고 고소해 전국적 유명세를 얻어 가는 중이다.

 






 

합천

황토 기운 받은 황소 고기  황토한우구이

한미 FTA다 뭐다 해서 요즘 우리나라의 축산업이 위협을 받고 있지만 합천사람들은 여전히 굳게 믿고 있다. 좋은 소는 아직도 농가에 돈을 벌어다 준다고. 그들의 믿음은 합천황토한우를 탄생시켰다.

지난 1997년 합천축협과 소 사육 농가들은 질 좋은 한우를 생산하자고 뜻을 모았다.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다가, 소에게 황토가 섞인 사료를 먹여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소에게 흙을 먹인다는 게 뜬금없었지만, 원래 야생의 소들은 풀을 먹을 때 흙도 함께 먹는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소가 먹은 흙은 위 속에 들어가 음식과 함께 뒹굴며 소화를 돕고, 네 개나 되는 위를 통과하면서 미네랄과 무기질 등 황토 안의 영양분을 공급한다. 그래서 우선 황토사료를 먹인 소를 시범적으로 사육해보았더니,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듬해에는 황토한우를 일본에까지 수출하였고 이후 각종 한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 그 품질을 인정받았다. 이렇듯 합천에서 새로운 쇠고기를 개발한 데에는 ‘경남 최대의 소 사육지’라는 배경이 있었다.

합천에는 지금도 한 달에 세 번 우시장이 열리는데, 우시장 앞 골목에 자리잡은 고깃집들은 모두 품질 좋은 황토한우를 쓴다.

합천 읍내에 늘어선 한우구이집들도 어느 곳 할 것 없이 합천황토한우만을 사용하는 음식점들이다. 합천의 고깃집에서는 고기 한 점을 자르더라도 질겨지지 않도록 고기결과 직각으로 썰어낸다. 이렇게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썰어낸 채끝, 등심, 안심, 갈비 할 것 없이 그 빛깔부터 남다르고 촘촘히 박힌 지방질이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여기에 숯불의 열과 향을 고스란히 받은 황토한우 한 점의 맛은 합천사람들의 자부심이다.

 

'맛집 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남 분당에있는 두향  (0) 2009.09.28
몸에 좋은 현미차 만들기   (0) 2009.09.25
춘천 닭 갈비   (0) 2009.09.17
소래포구의 저울을 확인하다   (0) 2009.09.16
가을의 별미 울산의 전어맛   (0) 2009.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