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양식들

모든것은 시간이 필요하다

오우정 2018. 8. 21. 09:22


모든 것은 시간이 필요하다.


모든 것이 무르익어야 온다.

인생의 노정도, 삶의 지혜도, 사랑도 행복도

그냥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비바람 불고, 눈보라 치고, 그리고 온갖 세파가 왔다가

간 뒤, 그렇게 오는 것이다.



“어떠한 대군大軍도 갑자기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한 송이의 포도, 하나의 무화과까지도 그렇지 못하다.

지금 그대가 나에게 ”무화과를 먹고 싶다“고 말한다면 나는 대답할 것이다.

“시간이 필요하다. 우선 꽃이 피게 하라.

다음에 열매를 맺게 하라. 이러서 여물게 하라”고,

무화과의 열매까지도 금방, 즉 한 시간 내에 되지 않는데,

그대는 인간의 마음의 과실果實을,

그렇게 신속하게 또 손쉽게 얻을 수 있겠는가?

설사 그대가 그렇게 할 수 있어도, 결코 이를 기대하여서는 안 된다.“

에픽테토스의 <마음의 과실>이라는 글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이르는 말이며,

매사는 그냥 어느 순간에 오는 것이 아니라

다 준비된 다음에 온다는 것이다.



계절도 마찬가지다.

인간들이 8월 8일 무렵을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알리고,

8월 23일 경의 날을 처서處暑라고 해서

‘여름이 지나면 더위도 가시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고 하였지만

아직까지도 여름이 기세등등하게 여름을 뽐내고 있다.

하지만 그 기세가 얼마나 오래 가겠는가?

곧 이어 이 땅에 가을이 성큼 와서 찬바람 불고, 겨울을 재촉 하는

가을비라도 내릴 양이면 긴 소매를 입고 누런 가을 들녘이 펼쳐질 것이다.



‘아름다운 사람의 가을은 아름답다.’

에우리피데스의 글을 읊조리며

가을 들판을 휘젓고 다니다가 보면 금세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올 테지,



그 때 나는 어떤 마음의 자세로

계절의 오고 감을 갈무리하고 겨울을 맞이할까?



2018년 8월 21일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