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21km' 현대차, 실제로 타봤더니…'충격'
[소비자 "3년만 타도 기름값은 뽑는다더니, 속은 것 같다"… 국내외서 불만 고조]큰맘먹고 수백만원 더 줬는데 휘발유車 공인연비와 엇비슷, 해외선 소비자가 소송 걸기도
"한국인, 급출발·급제동 선호… 그러면 전기모터도 무용지물"
업체, 원성 줄이려 가격 깎기도 조선일보 김은정 기자 입력 2012.02.24 03:03 수정 2012.02.24 09:58
작년 11월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구입한 박모(40)씨는 차를 볼 때마다 화가 치민다. 이 차의 공인 연비는 리터(L)당 21㎞. 박씨는 쏘나타 휘발유차 연비보다 60% 이상 높다는 광고에 끌려 500만원이나 비싼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구매했다. 하지만 2000㎞ 넘게 달려본 결과, 차의 실제 연비는 10㎞/L도 안 됐다. 박씨는 "연비가 좋기 때문에 3~5년 타면 기름값을 뽑고도 남는다는 영업사업의 말만 믿고 차를 샀지만 요즘에 내가 속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작년 8월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를 산 심순택(52·대전 유성구)씨는 도요타를 상대로 소송까지 낼 생각이다. 구입한 차의 실제 연비가 공인 수치(29.2㎞/L)에 훨씬 못 미치는 18~19㎞/L를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 [조선일보]
고유가 시대의 대안으로 하이브리드차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연비가 기대에 못 미친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작년 출시된 현대·기아차의 쏘나타·K5 하이브리드의 경우, 운전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실제 연비는 약 15㎞/L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인연비보다 무려 28% 낮은 수치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연비 측정기준이 더 엄격해 실연비와 공연연비 차이는 10% 안팎에 불과하다.
◇하이브리드 연비에 당황한 소비자들
그런데도 미국 역시 하이브리드 연비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달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 상급법원은 2006년형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를 산 한 소비자가 "광고엔 연비가 21.3㎞/L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12.7㎞/L밖에 되지 않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소비자의 손을 들어줬다. 혼다 측이 "실연비는 운전 습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반박했지만 법원은 소비자에게 9867달러(1100만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소송 여파는 현대차·포드에까지 번지고 있다. 미국의 일부 소비자 단체에서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와 포드 포커스의 고속도로 연비가 17㎞/L라고 광고하지만 이는 사기"라며 광고 중단을 압박하고 있다. 다음 달에는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 연비와 관련한 집단소송 결과도 나올 예정이다.
이에 대해 자동차 회사들은 "하이브리드차뿐 아니라 보통 휘발유 자동차도 실제 연비는 공인연비보다 20~30% 낮다"며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유독 연비에 민감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통상 바람이 없고 온도와 습도가 일정한 실험실에서 연비를 측정하기 때문에 실제와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장점을 활용 못 한 것" 항변
자동차업계는 이에 대해 하이브리드차의 구조적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나쁜 운전 습관이 연비를 갉아먹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는 배터리 힘으로 돌리는 전기모터가 시시때때로 가솔린 엔진을 대신하거나 힘을 보태 연비를 향상시키는 구조인데 급출발·급가속(加速)을 계속하면 전기모터가 일할 수 있는 틈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 개발 전문가는 "하이브리드차의 이런 구조적 특성 때문에 급출발·급가속뿐 아니라 급정거·급감속을 해도 모터 활용도가 낮아져 연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회사들은 소비자의 원성을 의식해 자동차 성능 개선과 함께 차값도 일부 인하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 들어 고급 내장재를 빼고 110만원 싸게 만든 쏘나타 하이브리드 '보급형'을 내놨고, 도요타도 신형 캠리 하이브리드 값을 300만원 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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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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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구입한 박모(40)씨는 차를 볼 때마다 화가 치민다. 이 차의 공인 연비는 리터(L)당 21㎞. 박씨는 쏘나타 휘발유차 연비보다 60% 이상 높다는 광고에 끌려 500만원이나 비싼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구매했다. 하지만 2000㎞ 넘게 달려본 결과, 차의 실제 연비는 10㎞/L도 안 됐다. 박씨는 "연비가 좋기 때문에 3~5년 타면 기름값을 뽑고도 남는다는 영업사업의 말만 믿고 차를 샀지만 요즘에 내가 속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작년 8월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를 산 심순택(52·대전 유성구)씨는 도요타를 상대로 소송까지 낼 생각이다. 구입한 차의 실제 연비가 공인 수치(29.2㎞/L)에 훨씬 못 미치는 18~19㎞/L를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고유가 시대의 대안으로 하이브리드차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연비가 기대에 못 미친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작년 출시된 현대·기아차의 쏘나타·K5 하이브리드의 경우, 운전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실제 연비는 약 15㎞/L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인연비보다 무려 28% 낮은 수치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연비 측정기준이 더 엄격해 실연비와 공연연비 차이는 10% 안팎에 불과하다.
◇하이브리드 연비에 당황한 소비자들
그런데도 미국 역시 하이브리드 연비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달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 상급법원은 2006년형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를 산 한 소비자가 "광고엔 연비가 21.3㎞/L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12.7㎞/L밖에 되지 않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소비자의 손을 들어줬다. 혼다 측이 "실연비는 운전 습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반박했지만 법원은 소비자에게 9867달러(1100만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소송 여파는 현대차·포드에까지 번지고 있다. 미국의 일부 소비자 단체에서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와 포드 포커스의 고속도로 연비가 17㎞/L라고 광고하지만 이는 사기"라며 광고 중단을 압박하고 있다. 다음 달에는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 연비와 관련한 집단소송 결과도 나올 예정이다.
이에 대해 자동차 회사들은 "하이브리드차뿐 아니라 보통 휘발유 자동차도 실제 연비는 공인연비보다 20~30% 낮다"며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유독 연비에 민감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통상 바람이 없고 온도와 습도가 일정한 실험실에서 연비를 측정하기 때문에 실제와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장점을 활용 못 한 것" 항변
자동차업계는 이에 대해 하이브리드차의 구조적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나쁜 운전 습관이 연비를 갉아먹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는 배터리 힘으로 돌리는 전기모터가 시시때때로 가솔린 엔진을 대신하거나 힘을 보태 연비를 향상시키는 구조인데 급출발·급가속(加速)을 계속하면 전기모터가 일할 수 있는 틈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 개발 전문가는 "하이브리드차의 이런 구조적 특성 때문에 급출발·급가속뿐 아니라 급정거·급감속을 해도 모터 활용도가 낮아져 연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회사들은 소비자의 원성을 의식해 자동차 성능 개선과 함께 차값도 일부 인하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 들어 고급 내장재를 빼고 110만원 싸게 만든 쏘나타 하이브리드 '보급형'을 내놨고, 도요타도 신형 캠리 하이브리드 값을 300만원 깎았다.
↑ [조선일보]
◇하이브리드 연비에 당황한 소비자들
그런데도 미국 역시 하이브리드 연비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달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 상급법원은 2006년형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를 산 한 소비자가 "광고엔 연비가 21.3㎞/L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12.7㎞/L밖에 되지 않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소비자의 손을 들어줬다. 혼다 측이 "실연비는 운전 습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반박했지만 법원은 소비자에게 9867달러(1100만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소송 여파는 현대차·포드에까지 번지고 있다. 미국의 일부 소비자 단체에서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와 포드 포커스의 고속도로 연비가 17㎞/L라고 광고하지만 이는 사기"라며 광고 중단을 압박하고 있다. 다음 달에는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 연비와 관련한 집단소송 결과도 나올 예정이다.
이에 대해 자동차 회사들은 "하이브리드차뿐 아니라 보통 휘발유 자동차도 실제 연비는 공인연비보다 20~30% 낮다"며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유독 연비에 민감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통상 바람이 없고 온도와 습도가 일정한 실험실에서 연비를 측정하기 때문에 실제와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장점을 활용 못 한 것" 항변
자동차업계는 이에 대해 하이브리드차의 구조적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나쁜 운전 습관이 연비를 갉아먹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는 배터리 힘으로 돌리는 전기모터가 시시때때로 가솔린 엔진을 대신하거나 힘을 보태 연비를 향상시키는 구조인데 급출발·급가속(加速)을 계속하면 전기모터가 일할 수 있는 틈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 개발 전문가는 "하이브리드차의 이런 구조적 특성 때문에 급출발·급가속뿐 아니라 급정거·급감속을 해도 모터 활용도가 낮아져 연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회사들은 소비자의 원성을 의식해 자동차 성능 개선과 함께 차값도 일부 인하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 들어 고급 내장재를 빼고 110만원 싸게 만든 쏘나타 하이브리드 '보급형'을 내놨고, 도요타도 신형 캠리 하이브리드 값을 300만원 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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