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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팩트 SUV의 왕자, 폭스바겐 티구안

오우정 2012. 1. 31. 16:15

[시승]컴팩트 SUV의 왕자, 폭스바겐 티구안

폭스바겐의 컴팩트 SUV 티구안 2012년형은 내외관을 변경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폭스바겐의 현세대를 관통하는 패밀리 룩이 적용됐다. 폭스바겐의 친환경 기술 명칭인 블루모션도 접목돼 고효율을 원하는 최근 추세를 적극 반영한 것도 강점이다.

티구안은 인기도 많다. 2011년 국내 실적 기준으로 라이벌 BMW X1의 715대를 뛰어넘는 1,458대를 기록했다. 판매 비중에 있어서도 폭스바겐 차종 가운데 4번째로 꼽히는 효자다. 미국시장에서 경쟁하는 혼다 CR-V(688대)나 토요타 RAV4(391대)와의 비교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티구안 2.0ℓ 블루모션을 시승했다.

▲디자인
투아렉의 형제차로서 출발했지만 기존 제품은 투아렉과의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폭스바겐 이전 세대에서는 전체를 아우르는 패밀리 룩을 적극 활용하지 않았던 탓이다. 골프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도 티구안과 투아렉의 디자인 차이를 불러왔다. 그러나 최근 폭스바겐은 전반적으로 패밀리 룩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투아렉도 기존 디자인에서 페이톤을 연상시키는 외형으로 변화했으며, 티구안도 이런 전략에 따라 디자인을 바꿨다. 앞으로 국내 출시가 예정된 신형 CC나 파사트도 역시 비슷한 디자인이 적용된다. 따라서 두 차의 디자인 유사성은 매우 커졌으며 이제 누가 봐도 형제차임이 분명해졌다.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는 전체적인 인상을 결정한다. 앞서 밝혔듯 투아렉과 비슷한 분위기를 내는 게 특징이다. 통일성 강조는 물론이고 차체를 커보이게 하는 착시효과까지 발생한다. 컴팩트 SUV의 단점이라면 작은 차체지만 이를 디자인으로 커버한 것이다. 긍정적인 흐름임에 틀림없다.

독일인의 엄격함이 느껴지던 측면의 담대함은 2세대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사각형 모양의 휠 캡은 여전하지만 휀더와 캐릭터 라인을 강조해 역동적인 느낌을 더했다. 숄더 라인도 리어로 갈수록 높아져 공격적이다.



실내에서는 간결함이 특징이다. 큰 변화 없이 부분적으로 포인트를 줘 전체적인 상품성 향상에 주력했다. 센터페시어 그래픽은 그대로지만 공조장치의 각 요소들이 한데 묶여 정리됐다. 낭비 공간이라고 여겨졌던 센터페시어 하단에는 파킹어시스트, 주차센서, ESP 온/오프 스위치 등을 올려 장착하고, 원래 자리에는 시거잭과 시동 스위치를 넣었다.

계기판 조명은 주황색에서 흰색으로 변경됐다. 개인적으로 고급화됐다는 생각이지만 눈에는 자극적이다. 물론 조도를 조절할 수 있어 어느 정도 상쇄는 가능하다. 트립컴퓨터 창도 단색 그래픽에서 컬러로 바뀌어 고급화에 일조했다. 스티어링 휠은 3 스포크 방식으로 티구안의 컴팩트하고 스포티한 분위기를 실내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시트에 앉는 느낌은 기존보다 부드러워졌다. 운전석만 전동 조절이고, 조수석은 레버를 누르거나 당기는 수동식이다. 뒷자리 공간은 충분하다. 패밀리 SUV로 활용해도 무리가 없다. 신장 175㎝의 성인 남자가 앉는 데도 무릎이 닿지 않는다. 트렁크 공간은 크지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다. 전반적으로 평가하자면 차의 크기보다 만족스러운 실내와 적재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보다 3배 확대된 파노라믹 선루프는 특유의 개방감을 드러낸다. 작동은 룸미러 상단의 로터리식 다이얼을 이용한다. 폭스바겐은 물론이고 아우디에서도 동일한 방식이다. 조작 방법에만 익숙해진다면 조작에 큰 어려움은 없다.

▲성능
신형 티구안에는 1,968㏄의 직렬 4기통 커먼레일 직분사 엔진 TDI가 장착됐다. 최대 140마력을 내며, 최대토크는 32.6㎏.m다. 폭스바겐의 상징과도 같은 엔진으로 국내에서도 이미 성능과 효율을 인정받았다. 변속기는 7단 습식 DSG(듀얼 클러치)가 사용됐다. 여기에 엔진 스타트/스톱, 에너지 회생 시스템 등이 조합돼 연료효율은 ℓ당 18.1㎞를 기록했다. 구동방식은 4모션으로 불리는 네바퀴 굴림 방식이 적용됐다.

운전석에 앉으면 시야가 좁지 않다. 차선을 변경할 때 고개를 살짝 돌리기만 해도 옆에 오는 차들이 잘 보인다. 차 높이는 세단과 정통 SUV의 중간 정도로, SUV의 높이가 부담스러운 여성들에게 편안하게 다가올 것 같다.

가속 페달을 밟아 출발했다. 엔진회전계가 급격히 오름에도 소음은 그리 크지 않다. 폭스바겐이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 대중 브랜드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긍정적이다. 엔진 자체의 소음을 줄이고, 풍절음을 대폭 낮춘 덕분이다. 또한 엔진룸과 실내공간의 분리 설계, 구름 소음이 적은 타이어를 장착해 불필요한 소리를 줄였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듀얼 클러치를 장착한 덕분에 가속과 감속 시 재빠르게 기어 변화가 이뤄지는 편이다. 다만 1단에서 2단으로 넘어갈 때 엔진 회전수가 높아지며 변속이 바로 이뤄지지 않는다. 엔진이 회전하는 소리가 귀를 때린 후에 도로를 움켜쥐고 튀어 나간다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감성은 아니지만 역동적인 주행을 추구하는 브랜드 특성을 고려할 때 나쁘지 않다.

가속력도 전반적으로 좋은 편이다. 호랑이(Tiger)와 이구아나(Iguana)의 합성 차명을 강조하듯 직선 가속 능력도 만족스럽다. 시속 150㎞ 이상까지도 힘의 저하 없이 날랜 가속이 인상적이다. 직선이 호랑이 같다면 곡선에서는 도마뱀처럼 움직인다. SUV라는 장르적 특성을 무시할 정도로 민첩한 반응은 승용차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일단 잘 달리고, 잘 도는 일은 합격점을 줄 만하다.

제동 능력도 나쁘지 않다. 기본기가 튼튼한 폭스바겐답다는 느낌이다. 승차감은 일반적인 독일차에 비해 단단하지 않아 역시 장르적 특성을 잘 반영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스티어링 휠은 유럽차 특유의 묵직함이 나타난다. 고속 상황에서도 안정감 있는 핸들링을 선사한다.


티구안에 적용된 파크 어시스트는 평행주차와 직각주차를 모두 지원한다. 주차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 운전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기능이다. 주차가 익숙하더라도 주차 공간이 충분한 지 잘 판단서지 않을 경우 이용하면 편리하다. 디스플레이 지시에 따라 스티어링 휠을 만지지 않고 브레이크 조작만 하면 된다. 운전자가 직접 컨트롤을 하는 것이 아니기어서 차가 움직이면 심리적인 위축이 오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들어 갈 수 없는 공간이라면 파크 어시스트가 작동하지 않고, 꽤 정확한 주차를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의심 많은 사람이라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차를 믿어도 좋을 것 같다.

▲총평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실리적인 것과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은 폭스바겐의 가치를 조금 더 특별하게 한다. 최근 20-30대가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에 폭스바겐이 뽑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입차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디자인과 패키지 등은 합리적인 유럽 스타일에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높은 효율의 디젤과 친환경 브랜드인 블루모션도 이미지 구축에 한몫했다. 품질과 함께 마케팅 소구점을 정확히 파악한 덕분이다.

신형 티구안은 이런 폭스바겐의 상품 전략에 한축임을 주저하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은 없지만 피로감지 기능, 하이 빔 어시스트, 다이내막 라이트 어시스트, 레인 어시스트 등 꼭 필요한 기능들이 들어간 점도 전체적인 상품성을 높이고 있다. 가격은 4,45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