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재미없고 비싼 `하이브리드카`는 잊어라

오우정 2010. 11. 30. 12:16

재미없고 비싼 `하이브리드카`는 잊어라 매일경제 | 2010-11-30 09:58:27

■ 혼다 인사이트 시승기 수북이 쌓여가는 낙엽이 사색과 차분함을 선사해주는 청풍호반에서 하이브리드카 '인사이트'를 운전하는 1시간 내내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칭찬받기를 원하는 학생처럼 '착한' 운전자가 됐다. 운전자 '티칭' 기능이 자상하면서도 꼼꼼하게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됐다.

인사이트를 신차 출시행사장에서 본 지 한 달만인 지난 19일 충북 제천 청풍호 인근에서 여유를 가지고 꼼꼼히 살펴보며 시승할 기회가 생겼다. 인사이트는 국내에 먼저 진출한 도요타 프리우스와 하이브리드카 지존 자리를 놓고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는 혼다의 대표 하이브리드카다.

하이브리드카의 '제 1 덕목'은 연료 효율성이다. 그러나 달리는 재미가 없이 심심하고, 가격이 너무 비싸면 기름값 절감이라는 매력도 감소하며, 내연기관차와의 경쟁력도 떨어진다. 인사이트는 좋은 연비는 기본이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드라이빙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도록 만든 자동차라고 혼다코리아는 강조했다. 시승을 통해 혼다 주장이 맞는 지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외모는 공기 저항을 줄여 연료 절감 효과를 일으키는 에어로 다이내믹을 추구했다. 혼다의 수소 연료전지차인 FCX 클라리티처럼 공기역학 특성을 반영한 에어로 애슬리트(Aero Athlete)를 컨셉으로 삼아 미래지향적이다.

전체 디자인은 해치백 스타일이다. 트렁크 공간을 잘라내 차체 길이가 동급 세단(노치백)보다 짧지만 무게를 줄인 만큼 연비도 좋고, 뒤 좌석을 짐 싣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어 실용성도 뛰어나다. 연료 절감을 앞세운 하이브리드카에 제격인 셈이다. 프리우스도 해치백 스타일이다.

내부의 경우 인스트루먼트 패널을 요즘 트렌드인 운전자를 감싸는 라운드 형상이 아니라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개방적인 역라운드 형상으로 디자인했다. 색상도 상단을 블랙, 하단은 그레이로 구성해 깔끔했다.

힘의 원천은 직렬 4기통 SOHC 1339cc i-VTEC 엔진과 혼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IMA(Integrated Motor Assist)에 있다. 엔진의 최고 출력은 89마력, 최대 토크는 12.3kg.m이다. 모터 토크는 8.0kg.m, 연비는 23.0 km/ℓ이다.

시동을 건 순간 "하이브리드카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기 모터가 조용히 가동되는 대신 가솔린차같은 엔진 시동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인사이트는 모터가 동력을 보조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엔진 시동이 먼저 나온다. 이와 달리 프리우스는 시동을 걸면 모터의 전원이 들어간다.

연비 테스트를 위해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구불구불 이어지는 코스가 많은 청풍리조트~청풍교~옥순대교에 이르는 45km 구간을 평균 시속 50km 정도로 달렸다. 주행 연비는 24.9km/ℓ로 공인연비 23.0km/ℓ를 뛰어넘었다. 운전자가 기름 값을 아낄 수 있게 도와주는 '에코 어시스트(ECO Assist) 시스템' 덕분이다.

이 시스템은 엔진과 무단변속기를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이콘 모드(ECON mode)', 미터의 컬러 변화로 연료 소비율을 표시하는 '코칭 기능', 운전자의 경제적인 운전 습관을 채점하는 '티칭 기능'의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실제 주행 때 연비 개선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셈이다.

이 중 코칭 기능은 운전 내내 '연비'에 대한 긴장감을 심어줬다. 기름 값 아끼는 운전을 할 때는 핸들 위쪽에 위치한 이콘 모드 미터가 녹색으로, 급가속이나 급브레이크 등으로 기름값 낭비하는 운전을 할 때는 파란색으로 변하면서 '연비 향상 운전'을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지금 기름이 많이 낭비되고 있다는 파란색 경고등이 켜질 때, 이를 무시하기란 쉽지 않았고 급가속이나 급브레이크를 자제하게 만들었다. 무언의 '채찍'인 셈이다.

'당근'도 있었다. 연비 좋은 운전을 일정 시간 동안 할 때마다 나뭇잎을 한 장 한 장 더해주는 '에코 스코어' 기능도 "참 잘했어요"라고 칭찬하면서 공책 교환 스티커를 주는 선생님 역할을 했다.

드라이빙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가속 페달을 힘껏 밟자마자 굉음을 내며 앞으로 치고 나갔다. 시속 60km 이하에서는 풍절음과 엔진 및 전기모터 소음이 크지 않아 정숙성도 괜찮은 편이었다. 가속 페달을 더 세게 밟자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시끄럽게 귀를 때렸다. 불쾌감을 느낄 정도였지만 치고 나가는 힘과 언덕길을 무리없이 오르는 힘을 맛볼 수 있었다.

코너링 성능도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구불구불한 오르막과 내리막길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자세를 잡았다. 배터리를 뒷좌석 등받이 뒤쪽이 아니라 트렁크 밑 부분에 배치해 중심이 낮아진 게 한몫했다. 리어 범퍼 바로 뒤 1미터 높이의 장애물까지 인식할 수 있는 엑스트라 윈도우는 후진 주차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들었다.

인사이트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이다. 혼다코리아는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가격이 하이브리드카 확산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수입 하이브리드카로서는 처음으로 2000만원대에 내놨다. 기본 모델이 2950만원으로 3790만원에 판매되는 프리우스보다 840만원 저렴하다.

매경닷컴 최기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A도 모바일로 공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