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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참치·메로’ 알고보니 해로운 ‘기름치’

오우정 2010. 6. 16. 06:23

저가 ‘참치·메로’ 알고보니 해로운 ‘기름치’

참치횟집·뷔페식당 유통
미국·일본 등선 금지품목

경향신문 | 정유미 기자 | 입력 2010.06.15 17:48 | 수정 2010.06.16 00:40 | 누가 봤을까? 30대 여성, 서울

 



15일 경기 안양시 인덕원의 한 참치회 전문점.
1인당 2만5000~3만2000원 하는 정식 메뉴를 시키자 그 안에 '백마구로(흰참치)'라고 부르는 생선이 함께 나왔다. 첫맛은 고소한 듯했지만 씹을수록 느끼했다. 알고보니 참치의 일종이 아니라 '기름치(Oil Fish)'였다.

기름치는 사람이 소화할 수 없는 왁스 성분을 다량 함유, 설사와 구토 등을 동반한 식중독 증세를 일으킬 수 있는 생선이다. 이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수입 또는 판매 금지를 권고하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 강남 선릉역 부근의 한 웨딩홀. 1인당 3만원대인 피로연 뷔페에 메로(비막치어) 조림이 나왔다. 맛은 있지만 값이 비싸 평소에는 메로 조림을 먹기 힘들었던 하객들은 서둘러 접시에 담았다. 하지만 자리로 돌아가 맛을 보자 기름기만 많을 뿐 맛이 달랐다. 하얀 속살과 거무튀튀한 껍질은 메로와 비슷했지만 실제로는 기름치였던 것이다.

몸에 해로운 수입 기름치가 참치회와 메로로 둔갑해 팔리면서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기름치 수입량은 해마다 늘고 있는 실정이어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냉동 기름치 수입량은 2006년 2934t에서 2009년 3999t으로 3년 만에 36.3%나 늘었다. 식품업계 전문가들은 가정에서 기름치를 사먹는 경우는 거의 없는 만큼 대부분 뷔페 식당이나 저가 참치회 전문점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기름치를 참치나 메로로 속여 팔면 그만큼 이익이 많기 때문이다. 기름치는 ㎏당 4000~4500원으로 ㎏당 1만2000~1만3000원인 참치(새치)보다 값이 3분의 1 수준이다. ㎏당 2만2000원~2만3000원인 메로에 비하면 5분의 1에 불과하다.

값은 싸지만 주요 선진국에서는 몸에 해롭다는 이유로 판매가 금지돼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기름치 함유성분을 설사를 일으키는 독소로 정의, 판매금지를 권고하고 있다. 유럽 대부분 국가도 마찬가지다. 일본과 홍콩·이탈리아는 아예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정부도 2007년 기름치로 인한 식중독 환자가 속출하자 원산지 허위표시를 이유로 수입업자 7명을 구속하고 수입금지 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규제개혁위원회에서 과잉규제 가능성이 있다며 단속을 강화하는 것으로 사안을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3만개가 넘는 식당을 일일이 단속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기름치 판매는 여전히 늘고 있다.

소비자 시민모임 김자혜 사무총장은 "음식점이 기름치를 속여 파는 것도 문제지만 여름철 식중독이 우려되는 만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