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맛있는 커피 만들기

오우정 2010. 1. 28. 08:32
유명 바리스타가 알려주는 맛있는 커피 만들기

생두ㆍ로스팅ㆍ추출 삼박자가 커피의 핵심
유명 바리스타가 알려주는 맛있는 커피 만들기

바로 커피 얘기다. 프랑스 작가 탈레랑은 커피를 이렇게 예찬했다. 요즘에는 탈레랑이 울고 갈 정도로 커피의 매력에 빠진 마니아가 부지기수다. 수백만 원짜리 커피머신이 팔리고 직접 로스팅한 신선한 커피를 파는 전문점이 유명세를 탄다.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전 국민이 적어도 하루 한 잔씩은 마실 정도로 커피가 대중음료로 부상하면서 이왕이면 자판기, 일회용 커피보다 원두의 향미를 즐기며 마시는 사람이 늘고 있다.

다양한 원두커피를 제대로 맛있게 끓여 마시는 방법은 뭘까. 원두커피가 대중화되지 않았던 십수년 전부터 직접 볶은 커피를 내놓아 유명해진 커피전문점 `커피명가` 사장 안명규 씨.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서 바리스타로 유명한 그는 "완벽한 한 잔의 커피는 생두, 볶음(로스팅), 추출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즉 신선한 고품질의 생두를 잘 볶아 제대로 추출했을 때 완벽한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는 얘기다. 그에게 커피 맛있게 끓여 마시는 법을 들어봤다.

◆ 커피의 원료 `생두`

= 생두는 커피나무의 열매 속 씨앗을 가공한 것을 말하는데, 생두의 신선도는 커피의 완성도에서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 어떤 품질을 가진 생두인가도 중요하다. 커피 품종은 크게 아라비카 종과 로부스타 두 종류. 로부스타 종은 아라비카 종보다 쓴맛과 자극적인 향이 강해 주로 인스턴트 커피용으로 사용된다.

아라비카 종 커피 중에서도 최고급은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라 부른다. 남북위 25도 사이 고도 800~2000m 이상 지대에서 주로 재배되는데, 하루 2~3시간 정도의 짧지만 강한 햇빛과 햇빛을 가리는 큰 나무나 적당한 구름, 서늘한 바람, 온화한 기후, 적당히 큰 일교차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자연 지리적 환경에서 재배된 스페셜티 커피는 나무 열매를 수확한 뒤 잘 익은 열매만을 선별해 가공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 맛을 좌우하는 `볶음`

= 생두에 열을 가해 물리ㆍ화학적 변화를 통해 커피의 맛과 향을 이끌어내 음료로 가공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바로 볶음 공정. 어떻게 얼마만큼 볶느냐가 관건이다. 엷게 볶으면 흔히 신맛이 강하고 많이 볶으면 쓴맛이 증가한다.

커피 품종에 따라 볶음 정도가 달라지는데 일반적으로 생두 육질이 탄탄하다고 알려진 커피는 강하게 볶는다. 파푸아뉴기니, 티모르, 수마트라를 비롯한 인도네시아 지역 커피와 코스타리카, 브라질, 콜롬비아, 탄자니아에서 나오는 커피는 강하게 볶아 진한 맛을 내야 제맛.

이에 비해 블루마운틴, 크리스털 마운틴, 하와이 코나와 같은 명품 커피들은 보다 약하게 볶는다. 과테말라의 커피는 두 종류의 중간 정도로 볶아줘야 한다.

나라별로 원두 볶는 정도에 따라 선호가 다른데 미국인과 한국인은 엷게 볶은 것을, 유럽인들은 강하게 볶은 것을 더 좋아한다고 한다.

중요한 점은 되도록 소량으로 그때그때 자주 볶아서 바로 마시는 것이 좋다는 것. 아무리 신선한 생두라고 해도 볶은 지 오래된 커피는 맛과 향이 좋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커피의 향미는 대개 볶은 지 2주일이 넘어서면 거의 사라진다.

커피는 산소와 닿으면 금세 산화되므로 2주일 이상 커피를 보관해야 할 경우라면 원두커피는 밀폐용기에 담아 냉동실에 보관하고, 인스턴트 커피도 직사광선을 피해 그늘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 향미 성분을 뽑아내는 `추출`

= 추출은 잘게 분쇄된 원두를 물을 이용해 여러 향미 성분을 뽑아내는 과정을 말한다. 커피 추출 원리는 침지, 달임, 진공여과, 드립 추출, 가압여과 추출, 순환 추출 등 크게 6가지.

대부분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에서 사용하는 추출 방법은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한 가압여과 추출 방식이다. 스페셜티 커피를 주로 다루는 커피전문점에서는 주로 페이퍼 드립, 넬 드립 등의 드립 추출 방식을 쓴다. 최근에는 워터 드립만을 전문으로 하는 커피전문점 등이 생겨나는 등 여러 커피 추출 방식을 이용해 커피의 다양한 향미를 즐기는 커피 마니아층이 확산되고 있다.

이제 커피를 끓이는 데 필요한 다른 재료들을 점검해 보자. 먼저 커피를 끓이는 물은 수돗물보다 무색무취의 정수된 물이 좋다. 물을 끓이는 주전자는 철, 주석, 알루미늄, 구리로 만들어진 것은 금속 냄새가 밸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커피잔은 미리 뜨거운 물에 담가 따뜻하게 데운다.

맛있는 커피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커피물 온도인데 커피의 향미가 충분히 발현되는 온도는 93~96도 정도다.

커피를 탈 때는 95도내외의 물에 커피를 부은 후 설탕을 넣어 85도 정도로 온도가 낮아지면 크림을 넣어 잘 젓는다. 이렇게 하면 커피에 함유된 산과 크림의 단백질이 걸쭉하게 굳는 페더링(feathering) 현상을 막아 커피의 풍부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커피를 탄 후에는 바로 마시지 말고 향을 음미하기 좋은 온도인 65~70도가 되었을 때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

■도움말 = 커피명가 사장 / 바리스타 안명규

 

생두 약하게 볶으면 향이 좋아지고, 진하게 볶으면 맛이 좋아져

맛있는 커피 만들기

서울 남산 자락 아래 자리한 ‘전광수 커피아카데미’에 들어서면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자’는 사훈이 조그맣게 걸려 있다. 전광수(48) 대표는 “밤늦도록 퇴근하는 직원이 없어 (집에 좀 일찍 가라고) 궁리 끝에 붙여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커피에 빠진 젊은이가 많아서다. 1990년대 초반 커피 유통사업에 참여하면서 커피와 인연을 맺은 전 대표는 국내 최고의 로스터(커피 볶음 전문가)로 손꼽힌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엘살바도르 이민자 출신의 로스팅 스승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지금까지 그가 배출한 교육생은 350명가량. 이 가운데 80명이 창업했다. 최근엔 ‘전광수 커피하우스’라는 커피 전문점을 내기도 했다. 전 대표가 소개하는 맛있는 커피 만들기를 들어봤다.

1. 생두 고르기
우리가 먹는 부분은 커피나무의 열매 중 과육을 제거한 씨앗이다. 커피 열매는 빨갛게 익으면 체리처럼 보여 영어로는 ‘커피체리(coffee cherry)’라고 부른다. 그 씨앗을 생두(그린 빈·green bean)라고 한다. 생두는 크기가 균일한 것을 골라야 한다. 커피 역시 일반 농작물과 같이 이물질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벌레가 먹거나 썩은 콩은 골라내야 한다.

2. 볶기 (로스팅)
생두는 ‘커피’라고 할 만한 맛과 향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름 그대로 그저 푸르스름한 콩(green been)에 불과하다. 여기에 열을 가해 볶아야 비로소 커피로서 맛과 향을 지닌 ‘원두(roasted bean)’가 된다. 커피의 맛은 어떻게 볶느냐에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약하게 볶으면 연한 갈색을 띠면서 강한 신맛을 낸다. 오래 볶으면 볶을수록 색상은 점점 갈색이 짙어져 검은색에 가까워진다.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는 향기가 좋은 커피와 맛을 표현하는 커피가 따로 있다는 점이다. 향도 좋고 맛도 훌륭한 커피는 얼마 되지 않는다. 맛을 표현해야 하는 커피인데 향을 살리기 위해 ‘오버’하면 자칫 고유의 맛까지 버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브라질·코스타리카·콜롬비아 커피는 향이 좋은 것으로, 케냐·과테말라·인도네시아·인도 커피는 맛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향이 좋은 커피는 약하게, 맛이 좋은 커피는 진하게 볶는다.

3. 우려내기 (추출)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순간적 압력을 가해 커피를 추출하는 것이 일반 커피점에 많이 보는 에스프레소 방식(가압 여과 추출)이다. 보통 에스프레소에 사용하는 커피는 두세 가지, 많게는 7~8가지 커피 품종을 섞어서 사용한다. 집에서 원두커피를 내릴 수 있는 간단한 기구는 커피메이커·모카포터·프렌치프레스·드립퍼 등이 있다.

분쇄된 원두가 뜨거운 물과 접촉한 뒤 추출액을 분리하는 프렌치프레스 방식은 커피 전문점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여과용 필터에 분쇄된 원두를 넣고 뜨거운 물을 넣어 커피를 추출하는 ‘여과 추출’ 방식으로 대표적인 것이 전기 커피메이커다. 커피메이커로 커피를 뽑아낼 때는 5분을 넘기지 않는 게 좋다. 물의 온도는 75도, 원두의 양은 1인분 10g이 적당하다. 간단한 핸드드립 커피 추출 방법으로 ‘종이드립’이 있다. 1인분 커피에는 원두가루 15g과 물 200~250mL가 들어간다. 끓인 물을 핸드드립용 주전자에 옮겨 담은 다음 3분쯤 기다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