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동대문 맛집①] ‘옷보다 음식’ 새벽족을 위한 맛집 코스

오우정 2009. 8. 13. 06:37
 

‘여름밤 더위에도 굴하지 않는 꿋꿋한 쇼핑족’들로 북적대는 곳이 있다. 바로 동대문일대 쇼핑몰이다.

방에서 올라온 도매상인은 물론 서로의 옷을 골라주는 친구와 연인들도 넘쳐난다. 각양각색의 ‘밤샘쇼핑족’들로 인해 열대야조차 무색하다.
 사람이 많으면 먹을 곳도 북적대기 마련.

쇼핑하느라 지친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주고 입까지도 즐겁게 해 주는 음식점들 역시 잠들 줄 모른다. 저마다의 맛으로 동대문의 밤을 책임진다.
동대문 구석구석 숨겨진 맛있는 먹을거리들을 찾았다.

부담 없는 포장마차

한창 공사중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파크(옛 동대문운동장) 주변엔 저녁 무렵부터 포장마차가 하나 둘 생겨 밤 10시면 포장마차촌을 이룬다.
그러나 가장 인기 있는 포장마차는 한밤중이 돼야 비로소 나타난다.


밤 11시가 되면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6번 출구 제일평화시장 앞에 문을 여는 작은 포장마차 세 개가 있다.
 그 중엔 밤에 먹어도 살 찔 걱정 없는 야식 ‘월남쌈’이 있다.

맛은 소스에 따라 땅콩 ·초장· 겨자· 겨자참치 네 가지다.
 돌돌 만 라이스페이퍼 안에 청·홍 파프리카· 맛살· 오이· 당근· 적채(보라색 양배추)가 꽉 차 있다.
 쫄깃한 라이스페이퍼 속 채소의 아삭함이 입 안 가득 상쾌함을 가져다 준다.
가격은 한 개에 800원, 4개에 3000원. 크기를 감안했을 때 일반 베트남레스토랑 스프링롤보다 2배 이상 싸다.

두 번째 야식메뉴는 납작만두다.
부추와 당면만으로 속을 채운 찹쌀피 납작만두를 철판에 볶은 뒤, 과일소스로 양념한 양배추 채와 함께 먹는다.
 한 접시 3000원. 만두가 얇고 바삭바삭해 밤에 먹어도 부담 없다. 고기가 들어있지 않은 데다 과일 소스에 버무려 먹기 때문에 상큼한 맛이 난다.

마지막은 햄버거. 길거리표지만 ‘수제버거’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돼지고기 패티· 치즈· 양배추 ·토마토 ·햄· 오이 피클 위에 마요네즈와 케첩, 돈가스 소스를 푸짐하게 뿌렸다.
한입에 먹기 힘들 정도로 두툼한 버거에 콜라 한잔을 더한 세트가 2500원. 숯불에 직접 구워 내는 소시지도 같이 판다
. 청양고추가 들어있어 매콤한 소시지가 한 개에 2000원.

색다른 외국음식
몽고음식점 에르데네트


몽고의 도시 이름을 딴 식당으로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가게 벽면엔 몽골의 광활한 고비사막에서 뛰노는 말떼 사진이 걸려있다.
한국에 온 지 5년 됐다는 주인 에르텐바트 부부의 추천메뉴는 우리가 흔히 몽골리안 누들이라고 부르는 몽고식 볶음국수. 몽고 사람들은 츄이완이라 부른다.


한국에서 파는, 소스가 풍부해 미끌미끌한 몽골리안 누들과는 차이가 있다.
밀가루 면을 칼국수처럼 썰어 양고기· 당근 ·양파 ·파를 넣고 볶는다.
양이 많아 2명이 먹어도 충분하다. 면은 꼬들꼬들하고 양고기는 부드럽다. 담백하면서도 고소하다.

국물 맛이 진한 몽고식 만둣국 반이시테슐도 판다. 채소육수에 몽고식 만두7개와 당근 ·감자· 양배추를 넣고 끓인다.
 만두 속은 양고기· 당근· 양파· 파로 만들었다.

몽고식 밀크티 수테차도 마실 수 있다. 츄이완과 반이시테슐이 6000원. 수테차 5000원. 밤 11시까지 영업한다.
동대문 운동장 역 12번 출구 뉴금호타운 건물 좌측 골목 ‘송가네 민물장어’ 2층. 02- 2269- 9769.

중식당 동화반점

재벌 총수와 고위 관료들의 단골집으로 소문난 곳이다.
화교인 진장원 사장은 ‘대려도’에서 처음 주방일을 배웠다.
 대려도는 1960년대 김두한을 비롯해 정· 재계 인사들이 제집 드나들듯 했던 고급 중국 요릿집이다.
당시 대려도는 권세있는 사람들만이 애용하던 비밀스러운 장소였다.

동화반점이 자랑하는 메뉴는 공룡알을 닮은 팔보환자. 새우·조개 등 여덟가지 해산물을 녹말가루로 뭉쳐 ·돼지고기껍질 속에 넣어 만든 음식이다.
해산물을 잘 뭉쳐내는 것은 ‘헤어지지 말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에선 중요한 연회에 내놓는 귀한 음식이다.

만드는 과정 역시 독특하다.
 다진 돼지고기를 통째로 튀기다 익으면 속은 긁어내고 대신 뭉친 해산물들로 가득 채운다.
 돼지고기로 만든 껍질은 누룽지처럼 바싹바싹하고 구수하다. 해물은 쫄깃쫄깃하다.

마늘소스로 양념한 깐풍가재도 별미다. 한 접시에 캐나다산 가재 5마리 분량이 들어가는데 얇은 튀김 옷 위로 마늘 양념이 첨가돼 느끼하지 않다.

방은 2층 4개와 1층 한개가 있는데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
팔보환자 5만5000원, 깐풍가재 8만원(각각 6~7인분). 새벽 5시30분까지 영업한다. Apm쇼핑몰과 밀리오레 사이 골목에 있다. 02-2265-9224.

그 밖의 외국 음식점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맛 볼 수 있는 이색 외국음식점들이 많다.
 우즈베키스탄음식점 ‘사마리칸트’(02-2277-4261, 동대문운동장역 12번 출구)에서는 한국의 칼국수와 비슷한 라그만을 5000원,
 인도 네팔음식점 ‘에베레스트’(02-766-8850,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3번 출구)에서는 양고기커리를 7000원에 판다.
중국음식점 '동북화과왕'(02-745-5168, 동대문역 6번 출구)에서는 향신료를 듬뿍 바른 중국식 양꼬치를 7000원에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