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동대문 맛집②] 동대문 상인들의 ‘알짜배기’ 단골 맛집

오우정 2009. 8. 13. 06:32

전통있는 먹자시장

동대문종합시장 뒤편에는 '먹자시장'이 있다. 명물인 생선구이· 닭 한 마리 칼국수, 곱창볶음이 모두 한 골목에 있다.

 초입에 있는 것이 생선구이집들. 연기가 자욱한 좁은 골목 안에선 연탄불에 굽는 생선 냄새가 진동한다. 아주머니들은 연신 생선을 뒤집으랴 "이리 와라.

우리 집이 맛있다"며 손님 끌랴 정신 없다.

그 중 유난히 바쁜 집이 '호남집'이다. "맛있게 해주겠다"고 손님을 끄는데 그 약속이 빈말은 아니다.

생선구이 경력 34년째인 이덕근 할머니가 직접 구워주는 노릇노릇한 고등어 맛이 일품이다. 껍질은 바삭바삭하고 속살은 부드럽다.

많이 짜지 않고 간간하다. 부산에서 공수해오는 생고등어에 완도산 천일염을 뿌려 냉장고에서 딱 하루 숙성시킨다고 한다.

이덕근 할머니는 "재료도 재료지만 관건은 연탄불 조절"이라고 귀띔한다.

아무리 좋은 재료라도 잘 못 구우면 뻣뻣해져 버린다는 것이 할머니의 지론.

'연탄불 위에서 몇 번 뒤집어 가며 몇 분 동안 구울지' 여부도 생선 종류에 따라 다르게 적용한다.

 깻잎장아찌· 배추김치 ·열무김치 ·콩나물무침 반찬과 우거지 된장국이 딸려 나온다. 청양고추를 넣은 된장국이 맵고 개운하다.

생선구이의 느끼함을 가시게 하기 위한 배려다. 고등어구이와 삼치구이 각각 6000원, 꽁치구이 5000원. 밤 9시까지 영업한다. 02-2279-0996.

생선구이집들 뒤로는 '닭 한 마리'가게들이 줄지어있다. '진원조 보신닭 한 마리'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집이다.

육수에 네 가지 한약재를 넣어 잡냄새를 제거했는데 '한약재 보신닭'으로 특허도 받았다.

2003년 12월부터 2007년 11월까지 주인 김명열 할머니가 4년간 백방으로 묻고 다니며 연구한 성과다.

닭발을 2시간 고아낸 물에 엄나무와 황기, 그리고 비밀 약재 두 가지를 더 넣고 하루 종일 끓이면 육수가 완성된다.

닭은 농협에서 생후 35일 되는것들로만 받아쓴다. 김명열 할머니는 "닭 한 마리를 먹는 데에도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 그대로 먹기.

두 번째는 김치를 넣어 매콤하게 끓여 먹기. 마지막은, 각각 1000원씩인 인삼과 대추를 추가해 삼계탕처럼 먹는 것이다. 나오는 그대로 먹어도 부족함은 없다.

국물이 해장용으로도 손색없을 만큼 시원하고 칼칼하기 때문. 닭고기 살은 야들야들하다. 고추씨가 알알이 박힌 양념장도 독특하다.

말린 통고추를 한약재육수에 불린 다음 그대로 갈아낸다. 역시나 한약재육수를 써 담근다는 고랭지 배추김치 맛 또한 시원하다.

닭 한 마리 1만5000원. 밤 12시 30분까지 판다. 02-2272-2722.

돼지곱창집들 중에서는 '광주집'이 유명하다. 곱창볶음만 25년을 해 온 어머니 이금순 씨의 대를 김수정· 수경 두 쌍둥이 자매가 이었다.

광주집 곱창엔 간장· 고춧가루· 마늘 ·생강과 같은 기본양념 외에도 배· 키위· 매실이 들어가 부드러운 맛이 난다.

소주를 뿌려 냄새도 거의 나지 않는다. 당면· 파· 양배추를 넣고 볶아주는 돼지곱창은 양도 푸짐해 한 접시로 둘이 먹어도 넉넉하다.

쫄깃한 곱창볶음을 쌈장, 마늘과 함께 깻잎에 싸 먹으면 느끼하지 않다. 한 접시 7000원. 밤 12시까지 영업. 02- 2279-1829.

시장상인들의 단골집

24시간 하는 '유정식당'은 동대문 일대 시장 상인들이 손꼽는 '동네 맛집'이다. 모든 음식이 맛있다고 정평 났지만 특히 양념게장과 갈치조림이 유명하다.

양념게장은 빨갛게 양념된 껍데기 속으로 투명한 게살이 터질 듯이 찼다.

국산암게를 간장 ·고춧가루· 생강 ·마늘로 양념한 뒤 하루 숙성시켜 내 놓는다. 매콤달콤한 양념 맛과 심심한 듯한 게살 맛이 잘 어울린다.

갈치조림은 간장· 고춧가루· 생강으로 양념한 뒤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소주도 뿌린다. 국산 먹갈치만 쓴다.

양념이 잘 밴 무 위로 부서지는 갈치의 하얀 속살이 담백하다.

뚝배기에 담겨 나오기 때문에 식탁 위에서도 오랫동안 보글보글 끓는다. 국물이 풍부해 '갈치탕'이라 불러도 될 정도다.

그 국물에 밥을 비벼 먹어도 맛있다. 양념게장 1만원, 갈치조림 7000원. 동대문 역 7번 출구 동평화시장 뒷골목. 02-2232-5727.

■ 야경 즐기기 좋은 곳
두산타워 5층 와플집 '빈스빈스'는 새벽 5시까지 문을 연다. 달콤한 와플과 함께 동대문 야경을 즐기다 보면 쇼핑에너지는 금세 충전된다.

인기 메뉴는 과일와플. 특히 생크림 위로 통통한 체리를 12개 얹은 체리 와플을 많이 찾는다.

크고 싱싱한 체리는 새콤하고, 와플 가운데 끼얹어진 체리 퓌레(으깨어 거른 것)는 달콤하다

. 와플 반죽 안에서 씹히는 호두 알갱이는 고소하다.

 시럽 넣은 에스프레소를 얼음과 간 뒤 초록색 민트크림을 올리는 민트모카 프라포레도 추천메뉴다.

 달달한 커피 맛 뒤에 살짝 올라오는 민트 향이 시원하다.

그 외 유기농 블루베리 와플과 17가지 원두 중 골라 마실 수 있는 싱글 오리진커피도 인기.

쇼핑 중 지친 몸을 달래며 야경까지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02- 3398-5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