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보다 더 먹거나 생활습관이 바뀐 것도 아닌데 뱃살이 두툼해지고 있다면?
이제부터는 나잇살을 제대로 관리해야 하는 시기다. 흔히 '남들도 다들 찌는
나잇살인데 뭐' 하는 생각으로 그대로 두었다가는 어느 순간 아저씨, 아줌마 몸매가 돼버린다.
외모뿐만 아니라 당뇨병, 대사증후군 등이 생길 우려도 있다. 나잇살이 왜 찌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자세히 알아본다.
30대 중반 이후에는 이른바 '나잇살'이 붙기 시작한다.
가장 큰 이유는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이 감소하고 그 자리를 지방이 대신 차지해 지방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근육량이 감소하면 당연히 기초대사량도 줄어든다.
근육량이 10% 줄어들 때마다 기초대사량은 1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기초대사량이란 우리 몸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열량으로,
나이가 들수록 줄어든다. 쉽게 말해 나이가 들면 소비하는 에너지가 줄어들기 때문에 살이 찌기 쉽다.
하지만 대부분은 젊을 때보다 활동량이 줄어들고 비슷한 양을 섭취하기 때문에 살이 찔 수밖에 없다.
결국 체중이 조금씩 늘고 체지방이 많아지는 것이다.
성장호르몬이나 테스토스테론 같은 성호르몬 분비량이 줄어드는 것도 나잇살의 원인이다.
예를 들어 남성호르몬은 근육을 만들고 지방을 효율적으로 없애는 데 관여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점차 남성호르몬이 줄어들어 근육량이 떨어지고 지방이 쌓인다.
그렇다면 나잇살은 얼마나 찔까.
대규모 역학 연구 결과를 보면 30세 때에 비해 50세에는 체중이 약 6~10kg 정도 증가한다.
즉, 1년에 약 0.3~0.5kg 정도 체중이 증가한다. 물론 체지방은 체중보다 더 많이 늘어난다.
나잇살이 잘 생기는 부위는 남성의 경우 복부와 내장, 어깨, 목 등이다.
여성은 주로 아랫배와 엉덩이, 허벅지, 팔 등에 지방이 쌓인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복부의 내장지방이다.
내장기관 사이사이에 낀 지방이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해서 당뇨병이나 심혈관 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다. 뱃살을 단순히 '나잇살이려니' 하고 넘기다가는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는 셈이다.
복부비만이면서 혈압이나 혈당, 중성지방, 고밀도 콜레스테롤 중에서 두 가지 이상이
정상치보다 높다면 대사증후군에 해당된다. 보통 대사증후군은 남성은 40대,
여성은 50대 이후에 흔한데 요즘은 20~30대에서도 많이 생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40∼50대 남성의 사망률이 높은 것도 20∼30대에 시작된 대사증후군과
관련이 많은 것으로 본다. 대사증후군을 그대로 두면 협심증이나 뇌졸중, 당뇨병 등이 생길 위험이 크다. 예를 들어 혈중 중성지방의 수치가 높은 고지혈증을 그대로 두면 심혈관 질환의 발생률이
세 배나 높아진다.
나잇살이 찌는 걸 예방하거나 이미 생긴 나잇살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적당한 운동으로 근육량을 늘리고 식사량도 줄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한다.
흡연이나 과음, 불규칙한 생활 등의 나쁜 습관도 하루 빨리 고쳐야 함은 물론이다.
한번 찐 나잇살을 빼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근육이 생기면 기초대사량이 높아지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
운동을 할 때는 근육을 키우는 근육운동과 심폐지구력을 높여주는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근육량과 함께 심폐지구력도 기초대사량에 영향을 미친다.
근육량이 감소하기 전에 젊을 때부터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따로 운동할 시간이 없다면 활동량을 늘려야 한다. 직장인은 점심식사 후나 휴식시간을
이용해 몸을 움직인다. 가볍게 산책을 하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계단오르내리기를 할 때는 매일 20~30분가량, 하루에 2번 이상은 해야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다리나 허벅지의 근육을 자극해 하체가 튼튼해진다. 빨리 오르내리기보다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오르내리는 것이 좋고, 올라가는 것이 힘들다면 내려가는 것만 횟수를 더 늘린다.
다만 무릎관절이 약하거나 관절염, 비만 등이 있다면 걷기나 산책이 더 안전하다.
출퇴근 시간을 여유 있게 정해서 지하철, 버스를 한두 정거장 일찍 내려서 걷는다.
이렇게 하면 하루에 30분 정도는 쉽게 걸을 수 있다. 30분 동안 걸으면 150㎉의 열량이 소모된다.
젊을 때보다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 좋다.
40대 이후에는 근육량 감소로 인해 소비하지 못하는 지방이 몸에 쌓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20대 때보다 10~20% 정도 적게 먹도록 한다. 식사량을 줄이되,
여러 가지 식품을 골고루 먹어 부족한 영양소가 없도록 신경 쓴다.
만약 식사 후 세 시간 이내에 허기가 질 때는 진짜 배가 고픈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 등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는 식사 대신 물을 마시거나 가볍게 산책을 해본다.
이렇게 해도 계속 배가 고프면 이전 끼니가 부실한 탓이므로 간단한 채소나 단백질
간식을 먹어도 좋다.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리셋클리닉 박용우 원장(전 강북삼성병원 비만센터 소장)은 "단백질이 소화·흡수되는
과정에서 탄수화물과 비교해 2배 이상 많은 열량이 소모된다. 또한 근육운동으로 근육량을
늘리는 데도 단백질이 꼭 필요하다"며 단백질 섭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보통 체중 1kg당 0.8g의 단백질 섭취를 권한다.
하지만 박 원장은 "건강체중 1kg당 1.0~1.2g의 단백질을 섭취하고, 다이어트를 할 때는
1.2~1.5g으로 더 먹어야 한다. 비만이 거의 없었던 원시인들은 현대인보다 단백질을
훨씬 많이 섭취하고 탄수화물 섭취량은 적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자신의 건강체중이 60kg이라면 단백질을 하루에 60~72g을 먹어야 하고,
다이어트 기간에는 72~90g으로 양을 늘려야 하는 셈이다.
우리 몸속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과잉 분비된다.
코르티솔은 체내에 새로운 열량이 필요하지 않아도 음식 섭취 욕구를 자극하는 호르몬이다.
만약 낮 시간에 받은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고 저녁식사 이후 시간에도 코르티솔 농도가
높다면 비만으로 이어지기 쉽다. 코르티솔의 작용으로 과식이나 과음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기 때문이다. 늦게 먹고 잘수록 살찔 위험이 높다. 밤은 인체의
부교감 신경계가 활발히 활동하는 시간으로, 체내의 영양소를 지방으로 축적하는 작용이 강하다.
그렇다고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원인을 모두 해결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일 때는 의도적으로 몸과 마음을 이완시켜 주는 것이 좋다.
명상이나 요가를 배우는 것도 좋고 실컷 웃는 것도 이완 효과가 있다.
체중이 정상이거나 보기에는 말라 보이는 사람도 체지방이 많다면 안심은 금물이다.
이런 경우를 '마른 비만'이라고 하는데,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경우와 마찬가지로
대사증후군 발병 위험이 크다고 한다.
실제로 얼마 전 미국 메이요클리닉 연구팀이 '미순환기학회'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체질량 지수(BMI·체중(kg 기준)을 키의 제곱(미터 기준)으로 나눈 수치)가 정상이라고 해도
체내 지방량이 높으면 대사증후군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나잇살이 붙기 시작하는 30대 이후에는 단순히 체중만 체크할 게 아니라
체지방을 함께 체크하는 것이 좋다. 매일 체중을 재서 변화가 없으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체지방이 얼마나 줄었는지 함께 검사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리셋클리닉 박용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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