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축제소개

나를 폭격하라

오우정 2016. 4. 8. 12:49

적과 함께 죽겠다, 나를 폭격하라”

237SHARES

 

 


[HOOC=서상범 기자ㆍ유현숙 인턴 디자이너]“나를 폭격하라” 이슬람국가(IS)와 격전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의 특수부대 장교가 남긴 말입니다. 러시아 군에 따르면 이 장교는 최근 시리아 중부 지역에서 IS 근거지에 대한 임무를 수행하던 중 자신이 있는 곳으로 공습을 유도했습니다.

자신이 있는 지역이 IS에 의해 포위됐음을 알고, 적군과 함께 산화하는 것을 선택한 것입니다.

자신의 죽음을 감수하면서 맡은 바 임무를 다한 이 장교의 행동이 알려지자 러시아 정부는 성명을 내고 영웅적인 전사였다고 추모했으며, 그의 행동을 기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편 이 러시아 장교와 똑같은 선택을 한 전쟁영웅이 있습니다. 바로 60년전 우리 땅에서 목숨을 바친 터키군 소속의 한 영웅입니다.

6ㆍ25 전쟁 당시 유엔군 소속 터키 제1여단의 한 포병부대 관측 장교로 참전한 메흐멧 고넨츠(Mehmet Gonenc) 중위는 1951년 4월 22일 중공군 제60군 예하 179사단과 치열한 전투를 펼쳤습니다.

이 전투는 중공군 최대 병력이 동원된 한반도에서의 마지막 공세였고, 최대 병력이 총동원된 만큼 중공군의 공격은 매우 위협적이었습니다.

중공군은 이날 터키군이 배치된 경기도 연천군 대광리 인근 장승천 일대에 40여분 간의 사격을 가했고 터키군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사격을 끝낸 중공군은 터키군 본부를 향해 진격을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전방에서 적들의 움직임을 관측하던 메흐멧 고넨츠 중위는 본부로 메세지를 보냅니다.

“적군은 우리가 주둔하고 있던 언덕을 점령했다. 많은 군인들이 교전 중에 사망했다. 포병부대가 발포해야 하는 좌표를 주겠다.”

그러나 고넨츠 중위가 본부에 넘긴 좌표는 바로 그가 위치한 곳의 좌표였습니다. 본부 측은 “그곳의 좌표는 당신 중대가 있는 곳이다”라며 무전에 답했고 다시 돌아온 메흐멧 고넨츠의 대답은 단호했습니다.

“그렇다. 우리는 적군의 포로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 우리가 적의 손에 넘어가도록 하지 말라! 아군의 총에 죽고 싶은 것이 우리의 마지막 유언이다. 정확한 좌표를 다시 주겠다. 모든 포병부대는 이곳에 발포해야 한다!”

본진을 향해 밀려가는 적을, 자신의 희생으로 저지하겠다는 단호한 결의였습니다. 이후 고넨츠 중위는 연락이 두절됐고, 본부는 심사숙고 끝에 고넨츠 중위가 알려준 좌표로 발포 명령을 내렸습니다.

발포 후 고넨츠 중위를 포함한 터키군은 장렬히 산화했고, 물밀듯이 밀려오던 중공군의 진격도 멈췄습니다. 하지만 그날 울려 퍼졌던 화포의 굉음은 유난히 무겁고 슬펐다고 합니다.

국가보훈처는 지난 2014년 5월의 6ㆍ25 전쟁 영웅으로 고넨츠 중위를 선정하며 그의 희생 정신을 기렸습니다. 낯선 타국에서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스러져간 그의 이름을 다시 한 번 기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tiger@heraldcorp.com

<헤럴드의 새로운 SNS 미디어 HOOC에서는, 스쳐지나가는 뉴스가 아닌, 공유하고 고민해볼만한 콘텐츠를 다룹니다. 자극적이고 소모적인 뉴스에 지친 당신에게 추천합니다. HOOC 페이스북에 오셔서 '좋아요'를 눌러주시면 더 신선한 소식을 배달해 드립니다>

HOOC 페이스북 바로가기

'스토리1 --축제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미  (0) 2016.08.30
넘 시원하고 넘 더웠고   (0) 2016.08.12
국내여행지 BEST100   (0) 2016.03.03
곤궁해진 삶..10명 중 5명, 5년 내 생명보험 깬다  (0) 2016.02.18
탄생석   (0) 2016.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