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진객 대구 왔다 ‘그놈 참 실하네~’
[JES 김영주]
금빛 햇살을 받은 푸른 등이 보석처럼 반짝였다. 지난 1일 오후 경남 거제시 장목면 궁농마을 앞바다. 어망에 갇혀 있던 대구가 4.9톤 월덕호 선상으로 끌어올려지는 순간, 갑판에서는 빛이 났다. 축구공만한 알집을 품은 대구는 시린 바다에서도 팔딱거렸다.
진해만에 대구가 돌아왔다.대구는 대표적인 회귀성 어종으로 알류산 열도·알래스카·캘리포니아 연안 등 주로 찬바다에 서식한다. 우리나라로 회귀하는 시기는 12월~2월로 산란을 위해 남해안 수온 9~12˚ 바다를 찾는다. 요즘 진해만 일대에서 잡히는 대구는 기적처럼 다시 돌아온 것이다.
1980년대 중반까지 명태와 더불어 풍어기를 누렸지만, 이후 자취를 감추기 시작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씨가 말라 있었다. 그러나 5~6년전부터 다시 대구 풍년이 이어지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정석근 박사는 "대구의 주 산란처인 진해만 수심 90m 지점의 수온이 내려간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한다. 반면, 거제시 수협협 관계자와 어민들은 "지난 20여년 동안 인공수정란 방류사업을 해온 덕분"이라고 말한다.
대구잡이는 12월 찬바람이 불면서 시작된다. 안타깝게도 2010년 대구 조황은 다시 미궁 속이다. 대풍(大豊)이었던 작년에 비해 양이 현저히 줄었다. 궁농마을에 근거지를 둔 월덕호 반석문(39) 선장은 "작년에 비해 십분의 일 정도 잡힌다"고 목청을 높였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아침, 장목면 외포리 수협위판장에서는 작년에 비해 거래물량이 약 1/3가량으로 줄어들었다. 외포리 해경출장소의 김영도 소장은 "작년에는 경매를 위해 위판장 바닥에 깔린 상자가 100m가 넘게 줄을 설 정도로 대구 천지"였다고 한다.
조업량이 줄면서 가격은 2배 정도 뛰었다. 경매에 참가한 한 중개인은 "작년에는 1kg에 5000원 선이었는데, 오늘은 1만원 선에 낙착됐다"고 말했다. 이날 경매 낙찰가는 한 마리당(3~7kg) 3~5만원 선이었다. 대구 조황이 가뭄에 콩나듯 했던 지난 20여 년 동안, 대구 한 마리에 40만원을 호가하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이번 시즌, 현재까지 조황은 다시 '금 대구'가 될 조짐이다.
월덕호는 썰물 때 나가 10여 마리의 대구를 걷어들였다. 모두 족히 5kg 이상은 될 것 같은 대짜급이다. 반 선장은 "올해는 이상하게 큰 놈들이 많이 걸린다"며 "마리수는 적지만 그나마 씨알이 커서 다행"이라고 했다. 대구잡이 배는 대개 호망이라는 자리그물로 이용한다. 정치망처럼 바다 밑 바닥에 그물을 깔아놓고 밀썰물을 타고 흘러드는 대구를 유도하는 것이다. 성한 대구는 보통 체장이 50cm 이상, 큰 놈은 1m가 넘는다. 대구의 평균 수명은 8세, 암놈은 약 800만 마리의 알을 쏟아낸다.
대구, 알고 먹자
'바다의 호랑이' 신년 선물로 최고
▶ 대구는 왜 돌아왔을까?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작년 대구는 5000여 톤 정도 잡혔다.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약 20~30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대구는 왜 돌아왔을까? 경남 진해만에서는 거제시와 수협, 어민들이 힘을 합쳐 인공수정란 방류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 주민들이 이 때문에 대구가 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안 된다. 치어와 인정란을 방류해도 생산량이 늘지 않는 어종이 많기 때문이다.
한가지 확실한 요인은 진해만(수심 약 90m)의 수온이 낮아져 대구의 산란 환경이 나아졌다는 점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기후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진해만의 표층 수온은 올라갔지만, 이 수온층이 대기열을 바다 저층으로 전달하는 것을 막아 수심 90m 이하 저층 수온은 오히려 차가워졌다는 점이다. 간혹 어민들은 "언제부턴가 진해만 일대에 대형 LNG 선박이 자주 드나드는데, 이 선박에서 차가운 물을 많이 쏟아내 수온이 낮아진 것 같다"고 말한다. 결국, 대구의 회귀 요인은 아직 미궁 속이다. 그래서 어민들은 "대구가 또 언제 떠날지 모른다"고 불안해 한다.
▶ 대구는 진상용?
거제 어민들에게 대구는 풍요와 다복을 상징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어종치고는 크기가 특줄한데다, 알까지 불룩하게 밴 겨울 대구는 마치 '바다의 호랑이'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거제 사람들은 신년이나 설날 선물로 대구 선물을 최고로 친다. 대구 조업 전진기지인 거제 외포리에서 약 2km 떨어진 곳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집권했던 1990년대, 그의 가신들은 겨울철이면 거제에서 대구를 조달해 파티를 벌였다고 한다. 대구 한 마리에 40~50만원을 호가하던 시절이다.
▶ 냉동 대구와 생대구의 가격차는?
현재 소매로 거래되는 냉동대구 1박스(20~25kg)는 5만원 선. 반면, 거제 외포리 위판장에서 거래되는 생 대구가 1kg에 1만원 선이다. 살아있는 대구가 4~5배 정도 비싼 셈이다.
▶ 대구 14살까지 산다?
대구는 약 3세가 되면 50cm 가량 자란다. 평균 연령은 8세이며, 최고 14세까지 산다고 한다. 애완용 개만큼 사는 것이다.
금빛 햇살을 받은 푸른 등이 보석처럼 반짝였다. 지난 1일 오후 경남 거제시 장목면 궁농마을 앞바다. 어망에 갇혀 있던 대구가 4.9톤 월덕호 선상으로 끌어올려지는 순간, 갑판에서는 빛이 났다. 축구공만한 알집을 품은 대구는 시린 바다에서도 팔딱거렸다.
1980년대 중반까지 명태와 더불어 풍어기를 누렸지만, 이후 자취를 감추기 시작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씨가 말라 있었다. 그러나 5~6년전부터 다시 대구 풍년이 이어지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정석근 박사는 "대구의 주 산란처인 진해만 수심 90m 지점의 수온이 내려간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한다. 반면, 거제시 수협협 관계자와 어민들은 "지난 20여년 동안 인공수정란 방류사업을 해온 덕분"이라고 말한다.
대구잡이는 12월 찬바람이 불면서 시작된다. 안타깝게도 2010년 대구 조황은 다시 미궁 속이다. 대풍(大豊)이었던 작년에 비해 양이 현저히 줄었다. 궁농마을에 근거지를 둔 월덕호 반석문(39) 선장은 "작년에 비해 십분의 일 정도 잡힌다"고 목청을 높였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아침, 장목면 외포리 수협위판장에서는 작년에 비해 거래물량이 약 1/3가량으로 줄어들었다. 외포리 해경출장소의 김영도 소장은 "작년에는 경매를 위해 위판장 바닥에 깔린 상자가 100m가 넘게 줄을 설 정도로 대구 천지"였다고 한다.
조업량이 줄면서 가격은 2배 정도 뛰었다. 경매에 참가한 한 중개인은 "작년에는 1kg에 5000원 선이었는데, 오늘은 1만원 선에 낙착됐다"고 말했다. 이날 경매 낙찰가는 한 마리당(3~7kg) 3~5만원 선이었다. 대구 조황이 가뭄에 콩나듯 했던 지난 20여 년 동안, 대구 한 마리에 40만원을 호가하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이번 시즌, 현재까지 조황은 다시 '금 대구'가 될 조짐이다.
월덕호는 썰물 때 나가 10여 마리의 대구를 걷어들였다. 모두 족히 5kg 이상은 될 것 같은 대짜급이다. 반 선장은 "올해는 이상하게 큰 놈들이 많이 걸린다"며 "마리수는 적지만 그나마 씨알이 커서 다행"이라고 했다. 대구잡이 배는 대개 호망이라는 자리그물로 이용한다. 정치망처럼 바다 밑 바닥에 그물을 깔아놓고 밀썰물을 타고 흘러드는 대구를 유도하는 것이다. 성한 대구는 보통 체장이 50cm 이상, 큰 놈은 1m가 넘는다. 대구의 평균 수명은 8세, 암놈은 약 800만 마리의 알을 쏟아낸다.
'바다의 호랑이' 신년 선물로 최고
▶ 대구는 왜 돌아왔을까?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작년 대구는 5000여 톤 정도 잡혔다.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약 20~30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대구는 왜 돌아왔을까? 경남 진해만에서는 거제시와 수협, 어민들이 힘을 합쳐 인공수정란 방류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 주민들이 이 때문에 대구가 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안 된다. 치어와 인정란을 방류해도 생산량이 늘지 않는 어종이 많기 때문이다.
한가지 확실한 요인은 진해만(수심 약 90m)의 수온이 낮아져 대구의 산란 환경이 나아졌다는 점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기후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진해만의 표층 수온은 올라갔지만, 이 수온층이 대기열을 바다 저층으로 전달하는 것을 막아 수심 90m 이하 저층 수온은 오히려 차가워졌다는 점이다. 간혹 어민들은 "언제부턴가 진해만 일대에 대형 LNG 선박이 자주 드나드는데, 이 선박에서 차가운 물을 많이 쏟아내 수온이 낮아진 것 같다"고 말한다. 결국, 대구의 회귀 요인은 아직 미궁 속이다. 그래서 어민들은 "대구가 또 언제 떠날지 모른다"고 불안해 한다.
▶ 대구는 진상용?
거제 어민들에게 대구는 풍요와 다복을 상징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어종치고는 크기가 특줄한데다, 알까지 불룩하게 밴 겨울 대구는 마치 '바다의 호랑이'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거제 사람들은 신년이나 설날 선물로 대구 선물을 최고로 친다. 대구 조업 전진기지인 거제 외포리에서 약 2km 떨어진 곳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집권했던 1990년대, 그의 가신들은 겨울철이면 거제에서 대구를 조달해 파티를 벌였다고 한다. 대구 한 마리에 40~50만원을 호가하던 시절이다.
▶ 냉동 대구와 생대구의 가격차는?
현재 소매로 거래되는 냉동대구 1박스(20~25kg)는 5만원 선. 반면, 거제 외포리 위판장에서 거래되는 생 대구가 1kg에 1만원 선이다. 살아있는 대구가 4~5배 정도 비싼 셈이다.
▶ 대구 14살까지 산다?
대구는 약 3세가 되면 50cm 가량 자란다. 평균 연령은 8세이며, 최고 14세까지 산다고 한다. 애완용 개만큼 사는 것이다.
'맛집 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두 전문집 (0) | 2010.01.18 |
---|---|
디저트’ 뿌리칠 수 없는, 그 달콤한 유혹 (0) | 2010.01.12 |
日, 오세치 도시락 中, 자연산 복어 요리 (0) | 2010.01.09 |
국물 끝내주는 전골 요릿집 (0) | 2010.01.08 |
경기) 커피향이 그리워지는 겨울! 가볼만한 경기도 커피하우스 4곳^^ (0) | 2010.0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