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왕족을 안전하게 모시는차 레인지로버

오우정 2009. 12. 28. 12:55

<시승기>왕족을 안전하게 모시는차 레인지로버

 

잘생긴 외모로 전세계 뭇여성의 마음을 훔쳐간 영국의 윌리엄 왕자. 파파라치가 찍은 그의 사진 속 단골 주인공은 연인인 케이트 미들턴 그리고 그의 애마 레인지로버다.

어머니인 다이애나비는 파파라치의 추격을 피하다가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했지만, 윌리엄의 레인지로버는 항상 그들을 여유있게 따돌린다. 지난 6월 한국 시장에 첫선을 보인 레인지로버 TDV8은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디젤엔진을 탑재했다는 평가다.

최고 출력 272마력에 최대토크 65.3 kg?m는 도저히 SUV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수치다. 전 모델의 V6 디젤엔진에 비해 54% 더 강력해진 힘과 64% 향상된 토크지만 엔진 소음은 현격히 낮아졌다. 육중한 몸에 이런 놀라운 성능을 갖췄으면 서는 것도 제대로 설 줄 알아야 한다.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스포츠카가 탑재하는 브램보 사의 고성능 4피스톤 브레이크를 앞바퀴에 장착했다.

레인지로버는 윌리엄 왕자만을 지키라는 특명을 받은 게 아니다. 1999년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했을 때도 이 놈은 나타났고, 찰스 황태자는 자신의 레인지로버를 아예 폐식용유를 원료로 하는 바이오에탄올 차로 개조해 타고 다닌다. 'SUV의 롤스로이스'라는 별칭이 아깝지 않은 대목이다.

랜드로버 사의 플래그십(최고급) 모델 레인지로버는 세계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인 다품종, 크로스오버 시류와 타협하지 않고 브랜드의 고유 철학을 그대로 지켜 나가고 있다. 초대형 박스차 같이 네모로 단단한 인상을 주는 외관 디자인은 랜드로버 사의 변하지 않는 브랜드 이미지다. 한편 고리타분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레인지로버가 바뀌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웅장한 내외부 디자인 속에 숨겨진 최첨단 기술력이 이미 다른 SUV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내부는 마치 왕실의 장식장 같은 나무기둥이 뼈대를 받쳐주고 그 사이로 4존 에어컨이 장착돼 있다. 앞좌석의 헤드레스트에는 독립식 6.5인치 LCD 모니터가 장착돼 TV와 DVD, MP3플레이어 등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스피커 13개에 서브 우퍼까지 달린 하만 카돈의 오디오 시스템은 떼어내 집으로 가져가고 싶을 정도다.

용인까지 왕복 주행을 하면서 들었던 느낌은 뛰어난 가속력에도 불구하고 어떤 SUV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안정감이었다. 밟는대로 나간다는 느낌은 전해주지만 '무대뽀'로 치고 나간다는 느낌과는 다르다. 왕실 가족을 고려한 듯 주행시 운전자가 느낄 수 있는 가장 두드러진 포인트는 안정감이었다. 잠시지만 오프로드도 경험했다.

수동 기어봉이 두 개 있는 차만이 정통 SUV라고 주장하던 이들에게 레인지로버는 랜드로버의 특허기술인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 하나면 모든 것이 끝난다고 훈계한다. 3㎞ 정도의 자갈밭을 주행했지만 특별히 차량의 속도를 낮추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공인 연비는 ℓ당 8.8㎞. 비슷한 덩치인 GM 캐딜락의 에스컬레이드가 ℓ당 5.8㎞인 것을 감안한다면 상당한 고연비 차량이다. 국내 시판 가격은 1억299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