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김치에 바다를 담은 ‘어딤채’를 아시나요

오우정 2009. 10. 5. 07:09

 

어딤채’를 아십니까? 언뜻 들으면 김치냉장고 이름 같기도 한 어딤채는 우리나라 전통 수산물 김치를 이르는 말입니다. 이러한 어딤채가 대한민국 대표 문화의 거리, 인사동 한복판을 습격한다는 제보를 받고 미각에 민감한 여대생 두 명이 긴급 취재를 하고 돌아 왔습니다.


지난 26일 오후 2시. 인사동 쌈지길에서는 국립수산과학원의 주최로 '2009 어딤채 페스티벌'이 열렸습니다. 인사동 입구부터 고춧가루의 매운 기운과 칼칼한 마늘 냄새가 코를 자극했습니다. ‘김치 하나면 밥 한 그릇 뚝딱’인 한국 사람들과 마침 인사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안 그래도 사람 많은 쌈지길이 더욱 북적였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을 모두 불러모은 어딤채. 육지와 바다가 조화된 김치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아볼까요?

 

어딤채는 고기어(魚) 자와 김치의 순수한 우리말인 ‘딤채’의 합성어로 1809년에 빙허각(憑虛閣) 이씨(李氏)가 저술한 규합총서(閨閤叢書)에 기술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전통식품입니다. 그러나 그 동안 제조방법이 특정 가문의 내부에서만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어 널리 대중화되지 못했던 것을 국립수산과학원이 2009년부터 집중 육성, 개발 중에 있습니다. 일반 김치에 젓갈이 3% 정도 함유된 반면, 어딤채에는 전복, 낙지, 홍어 등의 고급 수산물이 20~30% 함유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 통대구김치. 싱싱한 대구 토막의 살과 뼈 사이에 갖가지 채소를 넣고 묶어 숙성시키는 김치


쌈지길 한복판에는 형형색색 30종의 어딤채가 선보여 졌습니다. 통대구 사이사이에 갖가지 채소를 넣어 숙성시킨 ‘통대구 김치’나, 문어, 낙지, 전복 등 각종 수산물이 총망라된 일종의 물김치인 ‘수산물 섞박지’, 속을 파낸 파프리카에 하나 가득 통새우살을 저며 넣은 퓨전 김치 ‘새우살 파프리카 소박이’ 등 바다 내음 물씬 풍기는 어딤채들이 우리를 유혹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어딤채를 담가 보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으신 김치연구가 이하연 선생님께서 시범에 나섰는데요. 이날 만들어 본 어딤채는 해물보김치. 문어, 낙지, 굴, 오징어, 전복을 넣어 만든 속에다가 밤, 잣, 은행 등을 올리고 배추로 곱게 싼 후 데친 미나리로 야무지게 묶은 김치인데요. 옛날에 궁중에서 먹었던 김치라고 합니다.

 

▲ 해물보김치. 전복과 새우, 굴, 낙지, 오징어 등을 넣고 배춧잎으로 싸서 익힌 고급김치

 

어딤채 전문가 이하연 선생님께 어딤채를 담글 때의 키포인트를 질문해 봤습니다. “어딤채에 들어가는 수산물과 채소를 소금에 잘 절이는게 중요해요. 어딤채는 수산물이 많이 들어가는 김치이기 때문에 잘 못하면 변질될 우려가 있거든요. 그리고 고춧가루, 마늘, 생강 등의 향신료도 보통 김치보다 많이 넣어줘야 돼요. 향신료는 생선 비린내를 없애주면서 더욱 오래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지요”


어딤채 담그기 행사에는 외국인들도 참여했습니다. 이 날 직접 해물보김치를 담근 덴마크 청년 옌스씨는 한 입 먹고 나서 “억수로 맛있네요”를 외쳐 좌중에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옌스씨는 “그냥 김치도 좋아하는데, 다른 재료들이 들어가서 그런지 그냥 김치와는 다른 색다른 맛이 있네요”라며 김치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드러냈습니다.

 

직접 해물보김치를 담근 덴마크 청년 옌스씨(왼쪽)와 참가자 중 최연소였던 아홉 살의 전성진 학생

 

‘어딤채 담그기’ 참가자 중 최연소였던 올해 아홉 살의 전성진 학생은 자기가 직접 담근 어딤채를 손에 들고 환히 웃어보였습니다. 전성진 학생 역시 "원래 김치를 좋아해요. 직접 어딤채를 담가 보니 더 맛있는 것 같아요"라며 즐거워 했습니다.

 

‘어딤채 담그기’ 후에는 어딤채 시식 행사가 있었습니다. 총 5종의 어딤채를 밥과 함께 맛 볼 수 있는 자리였는데요. 멍게포기김치, 해물보김치, 오징어총각김치, 굴생채김치, 전복배추포기김치가 바로 그것입니다.

 

직접 맛을 본 주부 정희조씨는 “해물이 이것저것 들어가서 맛이 비릿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네요? 시원하고 맛있어요” 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또한 한 여대생은 "역시 밥에 먹는 김치는 꿀맛이에요"라며 "특히나 저는 아삭아삭한 첫 맛에다 오징어, 낙지 등이 들어가 씹는 맛이 있고, 밤, 잣, 은행 덕에 뒷맛은 고소한 해물보김치가 가장 맛이 좋았어요"라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 소라섞박지. 담백한 소라살을 납작하게 썰어 배추, 무 등과 함께 버무린 무김치

 

▲ 해산물섞박지. 큼직하게 썬 무에 각종 수산물을 더해 맛과 영양을 더한 김치

 

행사를 주관한 국립수산과학원 임광수 원장은 "어딤채는 수산물이 주인공이 되는 김치로서 바다처럼 깊은 맛이 나는 김치"라며 어딤채 자랑을 했습니다. 진행을 맡은 장미순 연구사는 "어딤채는 일반 김치에 비해 수산물 함량이 월등히 높아 단백질, 비타민, 칼슘 등의 섭취에 더 없이 좋다"며 "어딤채가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피력했습니다.

 

‘명품김치’ 어딤채. 앞으로도 꾸준한 연구 개발로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인의 입맛을 훔치는 김치’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래에 갖가지 어딤채의 모습을 소개합니다.

 

▲ 해물보쌈김치. 낙지, 전복, 새우, 굴 등의 싱싱한 해물 재료를 양념에 버무려 배춧잎으로 싼 김치

 

▲ 키조개오이송송이. 단맛이 도는 패주와 소금에 절인 오이를 먹기 좋게 잘라 버무린 김치

 

▲ 전어통무김치. DHA와 EPA 등 불포화지방산이 들어 있어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전어로 담근 김치

 

▲ 낙지가지소박이

 

▲ 홍어김치. 두껍게 썬 홍어 살점의 쫀득쫀득 씹는 맛이 그만인 별미 해물 김치

 

▲ 한치풋고추소박이

 

▲ 통오징어김치

 

▲ 전복송이 소박이. 전복살을 저며 자연산 송이의 칼집 사이에 소복하게 채워 넣은 고급김치

 

▲ 새우살 파프리카소박이. 담백한 새우살을 저며 다양한 재료와 버무린 후 속을 파낸 파프리카에 채워 넣은 김치

 

▲ 멍게김치. 글리코겐이 풍부한 멍게 살에 멍게 국물을 더해 담가 시원한 바다향을 살린 김치

 

▲ 가리비인삼깍두기. 기리비에 풍부한 호박산과 인삼의 향기로 조화를 이뤄 감칠맛을 내는 깍두기

 

 

 

글/사진 : 농림수산식품부 블로그 기자 이슬기, 최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