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양식들

왜 재앙이 복이 될수 있나요?

오우정 2024. 8. 11.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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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재앙이 복이 될 수 있나요?” - 스님의하루

2022.6.18. 천일결사 기도, 나비장터 1일째, 경전대학 즉문즉설, 화엄반 4기 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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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재앙이 복이 될 수 있나요?

“금강경 16분에서 재앙이 복이 된다는 법문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적절한 어려움은 복이 될 수 있지만, 저 같은 경우 과거의 질병으로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자세가 바르지 않아 허리와 발목 통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저와 같이 질병이나 사고 후유증으로 많이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저에게는 과거의 재앙이 결코 복이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왜 재앙이 복이 될 수 있나요?”

“재앙이 복이라는 것을 깨달으면 이 세상에 두려워할 것이 없어집니다. 이것이 금강경 16분의 요지예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는 내 뜻대로 되는 것도 있고, 내 뜻대로 안 되는 것도 있어요. 내 뜻대로 되는 것은 복이라 하고, 내 뜻대로 안 되는 것은 재앙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내 뜻대로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내 뜻대로 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좋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또 내 뜻대로 안 된다고 반드시 나쁜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옛날 중국 고사에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야생마를 한 마리 잡아온 것은 큰 복이었지만, 그 복이 원인이 되어 말을 길들이다 넘어져서 다리를 부러뜨렸습니다. 그럼 재앙이 왔죠? 그래서 재앙인 줄 알았더니 전쟁이 나서 사람들이 전쟁에 나가서 다 죽고 집안의 대를 못 이었는데, 이 집 아들은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전쟁에 나가지 않아서 결국 이 집만 대를 이었습니다. 재앙이 곧 복이 된 것입니다. 재앙만 자꾸 생각하면 재앙이 됩니다. 사실 이것은 재앙도 아니고 복도 아닙니다.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복이 되기도 하고 재앙이 되기도 합니다. 방 안에 있는 똥은 방 안에서는 쓸모가 없으니 오물이라고 말하지만 밭으로 똥을 옮겨 놓으면 거름이 됩니다. 진실은 재앙도 없고 복도 없습니다. 다만 그것일 뿐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것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재앙이 되기도 하고 복이 되기도 합니다.

질문자는 다리에 장애가 있는 것이 재앙이라고 생각하는데, 만약 질문자의 신체가 건강하고 모든 것이 괜찮았다면 질문자는 좀 잘난 척하고 살지 않았을까요?” (웃음)

“그랬을 것 같아요.”

“엄청나게 잘난 척했을 거예요. 그래서 결혼생활도 원만하게 못할 수 있었고, 바깥에 가서도 여러 가지 구설수에 오를 수가 있었어요. 질문자가 아직 그걸 안 겪었기 때문에 모르는 겁니다. 만약 이런 장애가 없었으면 그렇게 살아갈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장애가 있다 보니 아무리 잘난 척하려고 해도 잘난 척을 못하고 살 수 있었던 거예요. 어떻게 보면 억울하기도 하지만 잘난 척해서 겪을 재앙을 장애가 미연에 막아주는 효과도 있었어요. 그러니 장애를 불편한 것으로만 생각하지 마세요.

‘장애가 있었기 때문에 잘난 척하는 마음을 스스로 어느 정도 제어하면서 겸손하게 살아가고 있구나’

이렇게 생각을 바꿔보면 좋은 점도 굉장히 많습니다. 우리가 언뜻 보면 파워로 건강을 평가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키도 조그마하고 성격도 차분하고 서두르지도 않는 사람들은 대부분 건강하게 오래 살아요. 물론 교통사고도 날 수 있고 암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겁니다. 질문자가 '내가 장애라서 큰 복을 받았다' 이렇게 여길 만한 일이 지금 갑자기 일어날 수야 없겠죠. 그런데 앞으로 경제가 굉장히 나빠지면 정말로 복이 될 수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어려운데 장애 등급이 있는 사람들은 많은 지원을 받을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어떤 상황이 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일류 대학에 진학을 못한 것이 당시에는 약간 상처가 되지만, 그 사람들이 한 번 실패한 이후에 굉장히 열심히 하게 되면 일류대학을 졸업한 사람들보다 훨씬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실패를 극복한 사람은 좌절 없이 성공한 사람보다 장기적으로 훨씬 더 인생이 나은 경우도 많습니다.

장애는 생활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잘난 체하는 걸 제어해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질문자의 눈에는 그런 게 안 보이지만 스님은 딱 보면 '아, 저 사람이 저게 복인데, 본인은 재앙이라고 생각하는구나' 하고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웃음)

“그렇게 받아들이면 복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내가 가진 장애가 재앙은 아니라는 것까지는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복이 된다는 말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재앙이 복인 줄 알면 두려움이 없어진다는 거예요. 재앙이 복인 줄 알면 벌써 부처 수준에 이른 겁니다. 재앙을 재앙이라고 여기면 범부중생이고, '재앙이란 게 상에 불과하구나' 하는 것까지 깨달았으면 현인 수준에 이른 것이고, '이게 복이구나' 하는 단계까지 가버리면 성인의 단계까지 간 겁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건 재앙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기독교가 이렇게 전 세계로 확대된 것은 예수님이 오래 살아서 그렇게 되었을까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어서 그렇게 되었을까요?”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셔서요.”

“당시에는 재앙이었지만 길게 보면 기독교의 출발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일찍 죽어야 복이 된다고 이해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부처님은 80살까지 사셨잖아요. 오래 산 것은 오래 산 대로 복이고, 일찍 죽은 건 일찍 죽은 대로 복이에요. 본래는 재앙과 복이 없다는 것이 진실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재앙이 복인 줄 알면 두려움이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늘 재앙은 피하려고 하고, 복은 얻으려고 하기 때문에 전전긍긍하게 되는 거예요. 그러나 재앙이 복인 줄 알아버리면 하는 일마다 복이니까 두려워할 일이 없어집니다.”

“저에게는 언제 그런 깨달음이 올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는데...”

“그게 욕심이라는 거예요. 그런 욕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못 깨닫는 것입니다. 질문자가 뭘 얼마나 열심히 했다고 빨리 깨달아요? 아무것도 한 게 없으면서 욕심만 갖고 있는 겁니다. 그 욕심을 버려야 깨달음에 이를 수 있어요. 수행마저 욕심으로 하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애만 쓰지 얼굴이 밝아지지 않는 겁니다.” (웃음)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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