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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명품 등산화 특집] 마니아 인터뷰… 유럽 중등산화, 한국인 발엔 안 맞는다고?

오우정 2023. 2. 11. 08:10

[유럽 명품 등산화 특집] 마니아 인터뷰… 유럽 중등산화, 한국인 발엔 안 맞는다고?

 

Season Special월간산
  • 입력 2021.03.11 09:43
  • 수정 2021.03.1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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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중등산화는 고정적인 마니아층이 있다. 자기 발에 딱 맞는 브랜드의 모델을 찾아서 10년 넘게 애용하는 마니아들이다. 운명처럼 내 족형에 딱 맞는 제품을 만난 이들도 있지만, 여러 제품을 거쳐서 안착한 사람도 있다. 평균적으로 유럽 중등산화만 10년은 신었다는 마니아들과 신발 전문가들에게 잠발란, 한바그, 마인들에 대해 물어봤다. 제품에 대한 의견은 어디까지나 마니아 개인의 의견임을 밝혀 둔다.

유럽 중등산화의 진실과 오해

마니아들의 제품 리뷰를 듣기에 앞서 유럽 중등산화와 한국 등산화의 차이, 그리고 유럽 중등산화에 대한 여럿 속설들을 짚어 보기로 했다. 국내 굴지의 아웃도어 기업에서 신발 개발 팀장을 두루 역임한 A씨와 모 대학 신발패션산업과 교수를 역임한 B씨에게 자문을 구했다. 관련 업계에 현재 종사하고 있으므로 정직한 인터뷰를 위해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처리했다. 

한국인 발에 잘 안 맞는다? 한국인 체형도 급격히 서구화. 모델마다 라스트가 달라서 결국 신어봐야 알 수 있다.

Q 유럽 중등산화는 일반적인 한국인 족형에 잘 안 맞는가?

 

A 유럽인들의 족형을 기준으로 라스트(사람 발 모양을 본떠 만든 소재)를 만들기 때문에 당연히 다르다. 그래서 흔히 ‘칼발’이라고 하는, 발볼이 좁고 발이 긴 사람들한테 잘 맞는다. 하지만 이것도 일반화할 수 없는 얘기다. 한국인들의 체형도 최근 서구화됐고, 같은 브랜드 안에서도 모델마다 라스트가 다른 경우가 부지기수기 때문이다. 결국, 신어봐야 안다.

길들이는 데 시간 걸린다? 내 발에 잘 맞는다면 길들이는 시간 필요 없다.

Q 유럽 중등산화에 대한 속설 3가지에 대해 물어보고 싶다. 이는 ‘길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신다 보면 밑창이 잘 떨어진다’, ‘밑창이 비브람이라 한국 화강암에서 잘 미끄러진다’는 것이다.

A 사실 ‘길들이는 시간’이란 건 전혀 필요하지 않다. 단, 내 족형에 딱 맞는 제품이란 단서가 따른다. 길들여야 한다는 건, 족형에 맞지 않는다는 의미다. 물론 통가죽 특성상 신다 보면 내 족형에 맞게 딱 길들여지는 경우가 있지만, 다양한 등산화에 대한 경험이 없으면 신발이 적응한 건지, 아니면 내 스스로 나간 돈이 아까워서 억지로 발을 적응시켜 신는 건지 판단하기 어렵다. 처음 구두를 신었을 때 물집 잡히던 발이 신다 보면 멀쩡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미국에는 ‘풋피트’라는 직업이 있다. 손님 발의 족형을 보고 그에 맞는 모델 몇 가지를 추천해 주는 신발 전문가다. 여러 브랜드와 모델의 족형을 꿰고 있어, 그 사람에게 맞는 모델들을 브랜드 구분 없이 추천해 준다. 

우리나라에도 있었으면 하는 직업이다. 사실 매장에서 등산화를 신어볼 때, 단순히 한쪽 발만 잠깐 신어보고 신발 뒷부분에 손가락 하나 들어가는지 정도로 이 등산화가 나한테 맞는지 가늠하는 건 불가능하다. 

미국 같은 경우, 산행을 체험할 수 있게 매장에 합판 경사로를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최소 20분은 양쪽 신발을 신고 이 경사로나 계단을 걸어볼 수 있도록 한다. 그래야 등산화가 불편한지 아닌지 알 수 있다.

밑창이 잘 떨어진다는 것도 일반화하기 어려운 속설이다. 신발마다 다르다. 밑창이 닳거나 떨어지는 건 신발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보행법이 더 문제인 경우가 많다. 발을 질질 끌고 다니거나 쿵쿵 구르듯이 걷는 경우, 양쪽 발에 체중이 불균형하게 실리는 경우 등이 밑창 훼손을 가속화하는 보행법이다.

비브람 밑창 잘 미끄러진다? 유럽은 트레일 위주 아웃도어를 즐기기에 접지력에 주안점 두지 않는다. 비브람 밑창은 종류가 다양, 접지력 뛰어난 제품도 있다.

Q 마지막 속설, ‘접지력’은 어느 정도 통설로 받아들여진다.

A 한마디로 맞다. 유럽 중등산화는 접지력이 주안점이 아니다. 유럽은 접지력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트레일 위주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기 때문이다. 암릉 구간도 우리나라처럼 많지 않은 편이다. 또한 암릉 구간이 있다면, 리지화를 별도로 챙긴다. 암릉 산행을 즐긴다면 유럽 중등산화는 나쁜 선택이 될 수 있다.

단 모든 비브람 밑창이 접지력이 좋지 않다는 것은 오해다. 비브람 밑창도 종류가 다양하다. 가령 비브람 메가그립은 리지등반이 가능할 정도로 접지력이 우수하다. 단지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적용하지 않을 뿐이다. 비유를 하자면, 한여름 자동차에 스노타이어를 달 필요가 없는 것과 같다. 

마니아 제품리뷰

유럽 중등산화를 신고 오랫동안 전국 방방곡곡은 물론, 전 세계를 누빈 마니아들이 있다. 이들에게 가감 없는 제품 리뷰를 청해 모아봤다.

잠발란 Zamberlan

배낭여행 동호인 유종환
“파타고니아에서 신발 성능 체감”

Q 잠발란에 입문한 계기는?
A 등산화를 사러 OK아웃도어 연산점에 갔다가 직원이 한 번 신어 보라고 권유해 ‘툰드라’를 신었다. 그런데 그 순간 마치 스타킹을 신은 듯 발등과 발목을 꽉 잡아 주는 느낌에 반해서 바로 구매했다. 따로 길들이지 않아도 딱 맞았다. 참고로 운동화 사이즈는 265mm, 잠발란은 270(유로43)mm를 신는다. 

Q 신발의 성능을 체감한 순간이 있나? 또 단점은?
A 잠발란 툰드라를 신고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2번, 에베레스트 트레킹 1번, 트레킹피크인 칼라파타르(5,545m) 등정, 남미 80일 여행 등을 했다. 여행 중 신발 때문에 애를 먹은 적은 한 번도 없다. 특히 남미 파타고니아 트레킹 중에는 잠발란의 위력을 절감했다. 당시 나보다 13세 어리고 체력도 더 좋은 후배와 동행했었다. 나는 멀쩡한데 후배가 국내 P사의 운동화를 신은 탓에 트레킹 중 자주 피로와 발바닥 고통을 호소했었다. 단점을 꼽자면 어느 순간 방수 기능이 망가졌다는 것. 제품의 문제보다 세월의 문제인 것 같다.


솔로 백패킹 마니아 권인경
“너덜은 비오즈라이트, 흙길은 울트라라이트”


Q 백패킹 마니아로 국내외 다수 브랜드의 등산화를 보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 비교해 보자면?
A 일단 착화감의 차이가 크다. 국내 중등산화는 오래 신고 걷다 보면 발이 너무 아프거나, 뒤꿈치나 발가락에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잠발란은 비오즈라이트와 울트라라이트를 신고 있는데 둘 다 장기간 신고 걸어도 발이 정말 편하다. 존뮤어트레일, 울트라바우길을 종주했는데 발에 피로를 거의 느끼지 않았다. 비오즈라이트는 발목을 더 꽉 잡아줘서 너덜길에서 신기 좋았고, 울트라라이트는 무게가 더 가벼워서 평이한 육산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여줬다. 사실 이전에는 유럽 중등산화에 대해 깊이 불신했었다. 한바그 알래스카를 신고 지리산 칠선계곡에 갔다가 크게 미끄러진 경험이 있었다. 잠발란을 신고 이처럼 미끄러진 적은 없다.

한바그Hanwag

한국산악회 영서지부 前 산행대장 김시우
“한바그 알래스카만 10년째”

Q 산악계에서 열성 한바그 전도사로 유명하다.
A 한바그 알래스카만 10년째 신고 있다. 밑창이 닳으면 창갈이하거나 새로 구입했다. 현재까지 총 세 켤레째다. 운동화는 265mm나 270mm를 신는데, 한바그 알래스카는 270mm 신으면 발에 딱 맞는다. 처음 신은 유럽 중등산화는 L사 제품이었는데 몇 번 신지 않았는데 찢어지고 A/S도 엉성해서 무척 실망했었다. 그러다 한바그 알래스카를 만났는데 발에 너무 잘 맞아서 크게 만족했었다. 새 제품을 사도 길들이는 시간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 너무 만족도가 높아서 주변 산꾼들에게도 한바그 제품을 많이 추천해 줬다. 열이면 열 모두 신어보고는 크게 만족했다. 유럽 중등산화는 꼭 ‘칼발’이어야 한다는 것은 편견이다. 발볼이 넓은 편이면, ‘아시안핏Asian Fit’이라고 하는 와이드Wide 제품을 구매하면 된다. 한바그 알래스카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발목을 잡아 주는 안정감이다. 안정감 때문인지 15km 이상 걸어도 발바닥에 피로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단점은 꼽기 어렵다. 

마인들Meindl

히말라야 트레커 C씨(요청에 의해 익명 처리)
“히말라야에 최적화된 ‘마인들 히말라야’”

Q 히말라야에서 마인들 덕을 톡톡히 봤다고 들었다. 
A 한때 히말라야 트레킹에 미쳐서 한 번 가면 수개월을 걷곤 했다. 여러 브랜드의 등산화를 신었는데 결국 정착한 건 마인들 히말라야 레이디였다. 총 네 켤레를 소모했다. 신자마자 원래부터 내 신발이었던 것처럼 딱 맞고 편했다. 3개월 동안 발의 피로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 신발 사이즈는 보통 5mm 크게 신는다지만, 나는 10mm 큰 것으로 신는다. 아무래도 히말라야에서는 울이나 야크털 소재의 두꺼운 양말을 신기 때문에 한 치수 더 큰 것이 맞았다.

그전까지는 국산 중등산화를 신었는데, 깔창을 아무리 좋은 것으로 바꿔도 매번 발바닥이 아팠다. 국산 중등산화의 대표 격인 C사의 H제품도 신어봤는데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마치 신발이 물에 젖은 것처럼 무거웠다. 물론 이 제품이 접지력은 더 좋아서 암릉 구간에선 더 안정감을 주기도 했다.

마인들은 별도의 깔창을 깔지 않았는데 발바닥이 편했고, 발목을 부드러우면서도 꽉 잡아 주는 느낌이라 걷는 동안 안정감이 느껴졌다. 6,000m가 넘는 고개 3개를 넘을 때도 이중화를 대신해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마인들 히말라야’라는 이름처럼 히말라야에 최적화된 등산화다.

단점은 내구성. 오래 신다 보면 밑창과 중창 사이가 살짝 벌어져서 모래 등이 그 사이로 들어가는 경우가 가끔 있다. 운행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한 건 아니지만 거슬리는 부분이다. 

잠발란Vs마인들

캠핑 마니아 @9rada(인스타그래머)는 잠발란 토페인, 마인들 에어레볼루션을 구매해 각각 지리산 화대종주와 설악산 서북종주에서 사용했다. 또 캠핑할 땐 마인들 오르틀을 신는다. 그는 이를 토대로 센스 있게 각 브랜드별 장단점을 비교 분석해서 답변했다. 

잠발란 토페인Vs 마인들 에어레볼루션·오르틀

1
 디자인 오르틀 승.
2 내구성 둘 다 ‘도깨비 빤스’처럼 무섭게 질기고 튼튼
3 착화감 (발볼 좁은 편) 토페인은 편하고 부드럽지만, 발이 안에서 놀아 내리막에서 불편. 에어레볼루션은 완벽하게 발에 감김.
4 피로감 마인들 승. 밑창이 더 딱딱해서 피로도가 덜하다.
5 쾌적도, 방수, 무게 무승부.
6 접지력 캠프라인 승(!)

※ '본 기사는 월간산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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