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짙어 가면 모과는 모양새뿐만 아니라 향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대체로 서리가 내리고 푸른 잎이
가지에서 떨어져 나갈 즈음의 모과가 향이 가장 좋다.
완전히 노랗게 익기 전에 연초록빛일 때 따다가 익혀가면서 두고두고 향을 음미할 수도 있다.
자동차 안이나 거실에 두세 개 정도만 두어도 문을 열 때마다 조금씩 퍼져 나오는 향이 매력 포인트다
. 또 모과는 커다란 서재가 아니더라도 책과
함께하는 공간이라면 다른 어느 곳보다 잘 어울린다.
은은하고 그윽한 향은 마음을 가다듬고 조용히 책장을 넘겨볼 여유를 주고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기 때문이다.<BR><BR>모과 향은 적당히 강하고 달콤하며 때로는 상큼하기까지 하다.
사실 우리는 향수라는 인공 향에 너무 익숙하여 모과 향의 은은한 매력을 잘 알지 못한다.
가을이 가기 전에 모과를 코끝에 살짝 대고 향을 맡을 수 있는 작은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BR><BR>흔히 모과는 못난이의 대명사다. 찬찬히 뜯어보면 울퉁불퉁한 진짜 못난이는 그리 많지 않다.
요즈음의 모과는 오히려 매끈매끈한 연노랑 피부가 매력 만점인 ‘미인 모과’가 대부분이다.
혹시 너나 할 것 없이 유행병처럼 번지는 성형수술을 모과도 받은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 대체로 집 안이나 공공기관의 정원에 심어 비료도 주고 병충해도 막아주는 호강을 받다 보니 주름이 펴진 것 같다.
모과란 이름은 ‘나무에 달린 참외’라는 뜻의 목과(木瓜)가 변한 것이다.
잘 익은 열매는 크기와 모양에서부터 색깔까지 참외를 쏙 빼닮았기 때문이다
모과는 향으로만 우리와 가까운 것은 아니다. 사포닌, 비타민 C, 사과산, 구연산 등이 풍부하여 약재로도 쓰이며,
모과차나 모과주로도 애용된다. 《동의보감》에는 “갑자기 토하고 설사를 하면서 배가 아픈 위장병에 좋으며, 소화를 잘 시키고 설사 뒤에 오는
갈증을 멎게 한다. 또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다리와 무릎에 힘이 빠지는 것을 낫게 한다”라고 했다.
민간에서는 모과를 차로 끓여서
감기기운이 있고 기침이 날 때, 기관지염, 체하거나 설사가 날 때 보조 치료제로 쓴다.
모과차는 잘 익은 모과를 얇게 썰어 꿀에 재어두었다가
두세 쪽씩 꺼내어 끓는 물에 타서 마신다. 중국 사람들이 말하길, 살구는 한 가지 이익이 있고, 배는 두 가지 이익이 있지만, 모과는 100가지
이익이 있다고 했다.<BR><BR>모과는 이렇게 우리에게 친숙한 과일이지만 그냥 날로 먹을 수는 없다.
시큼하고 떫은맛까지 있어서 먹음직하게
생긴 모양 값을 못한다. 맛이 없다고 탓하는 것은 사람들의 생각이고, 여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과, 배, 복숭아 등 대부분의 과일은
맛있는 과육으로 속에 씨를 숨겨놓고 동물들에게 ‘제발 날 좀 잡아먹으라’고 유혹한다. 동물들이 다 먹고 난 뒤에 소화되지 않은 씨앗을 배설해
배설물 속에 섞인 풍부한 영양분으로 가능한 한 더 멀리 자손을 퍼뜨리겠다는 전략이다.<BR><BR>하지만 모과는 자신의 금쪽같은 자식을 더러운
동물들의 배설물 속에서 키울 생각이 없다. 꼭 멀리 시집을 보내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이다. 어미나무 근처에 떨어진 모과는 겨울을 지나고 봄이
오면서 두꺼운 육질은 완전히 썩어버린다. 속에 들어 있던 씨앗들은 엄마가 챙겨준 풍부한 영양분에다 비타민, 광물질까지 필수영양소를 바탕으로
새로운 삶을 힘차게 시작하는 것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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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고향인 모과는 오래된 과일나무다. 《시경》 〈위풍(衛風)〉 편에 실린 ‘모과’는 “나에게
모과를 보내주었으니 아름다운 패옥으로 보답코자 하나니······”로 시작한다. 친구나 애인 사이에 사랑의 증표로 모과를 주고받았다는 뜻이다.
2~3천 년 전에도 모과는 이렇게 귀한 물건이었다.<BR><BR>우리나라에는 《동국이상국집》에 모과가 실린 것으로 보아 벌써 고려 말 이전에
들어온 것 같다. 천년 가까이 이 땅에 살아오면서 이제는 고향땅을 잊어버리고 우리의 다정한 이웃이 되었다. 모과는 약재에서부터 모과차와
모과주까지, 사람들이 베풀어준 것 이상으로 보답을 해주고 있다.<BR><BR>모과나무의 일본 이름은 화리(花梨)인데, 열대지방에서 나는 콩과의
‘버마화리(Burmese Rosewood, 학명 <I>Pterocarpus indicus</I>)’도 같은 이름을 사용한다. 둘은 전혀 다른
나무이며, 열대지방에서 나는 버마화리는 화류(樺榴)라고도 했다. 버마화리는 타이, 미얀마에서부터 필리핀에 걸쳐 자라며, 나무 속살이 홍갈색으로
아름답고 장미향이 있어서 예부터 자단과 함께 고급가구재로 쓰이던 나무다. 우리의 고전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고급가구의 대표격인 화초장은 모과나무가
아니라 버마화리로 만들었다. 너무 비싸 심지어 저울로 달아서 거래를 했다고 한다. 모과나무로 가구를 못 만들 것은 없지만 특별히 아름다운 속살을
가진 나무는 아니다.</P>
[Daum백과] 모과나무 – 우리 나무의 세계 1, 박상진,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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