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식물] 자작나무…밀랍성분 있는 ‘천연방부제’
2013/09/25 07:50 등록 (2013/10/15 10:37 수정)
자작나무과에 속하는 잎 떨어지는 넓은잎 큰키나무이다. 추운지방이 고향이며 나무껍질은 백색이고 가로로 종이처럼 벗겨진다. 잎은 약간 둥그스름한 삼각형이고 가장자리에는 이빨모양의 큼직큼직한 톱니가 있으며 잎맥은 6~8쌍정도이다. 암수 한 나무로서 꽃은 봄에 피고 암꽃은 손가락 굵기만 하다. 수꽃은 이삭모양으로 아래로 처진다. 열매는 꽃대모양 그대로 익으며 겨울에도 가지에 붙어있다.
밀랍성분이 있어 물에 젖어도 불에 잘 타며 나무가 탈 때 자작 자작 소리를 낸다하여 자작나무라 한다. 자작나무 껍질에는 초를 만드는 왁스 성분도 있어 잘 썩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을 붙이면 잘 붙고 오래가므로 촛불이나 호롱불 대신에 불을 밝히는 재료로도 애용되었다.
‘닥터 지바고’나 ‘차이코프스키’와 같은 시베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옛 영화를 보면 광활하게 펼쳐진 설원(雪原)에 간간이 휘몰아치는 눈보라에 의연히 맞서서 쭉쭉 뻗은 늘씬한 몸매와 하얀 피부를 한껏 자랑하는 미인나무가 나오는데 바로 자작나무이다.
흰 껍질은 얇은 종이를 여러 겹 붙여 놓은 것처럼 차곡차곡 붙어있으며 한 장 한 장이 매끄럽고 잘 벗겨지
므로 종이를 대신하여 불경을 새기거나 그림을 그리기도 하였다.
또 여기에는 큐틴(Cutin)이란 일종의 방부제가 다른 나무보다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물이 스며들지 않고 부패나 좀이 먹고 곰팡이가 스는 것을 방지한다. 그래서 아무리 나쁜 조건, 심지어 몇천 년을 땅속에 묻
혀있어도 거뜬히 버틴다.
러시아는 자작나무 껍질에서 기름을 짜 가죽가공에 쓰는데, 이 가죽으로 책표지를 만들면 곰팡이와 좀이 슬지 않는다고 한다.
1973년에 발굴된 천마총에서는 자작나무 껍질에다 하늘을 나는 천마(天馬)가 그려진 말다래가 출토되었으며, 일제 강점기인 21년 금관총에서 출토된 금관은 관 안쪽에 자작나무 껍질과 섬유를 대어 머리에 쓰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나무는 껍질만큼이나 나무속도 거의 황백색으로 깨끗하고 균일하며 옹이 하나 없어 추운 지방의 서민들은 이 나무를 쪼개어 너와집의 지붕을 이었으며, 죽으면 껍질로 싸서 매장하였다.
곡우 때쯤 줄기에 구멍을 뚫고 엄지손가락 굵기만한 파이프를 꽂아 수액을 받아 마시면 위장병을 비롯한 잔병을 낫게 하고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수액과 나무껍질이 노인성치매 예방과 뇌신경기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