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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예비부자 만들기'

오우정 2010. 1. 10. 13:52

'우리 아이 예비부자 만들기'… 조기교육 열풍

스포츠한국 | 입력 2010.01.09 06:29

 

■'어린이 경제교실' 갈수록 인기
대기업·금융기관서 앞다퉈 열어
"애들 돈 씀씀이 달라졌다" 입소문
일부선 "또 열어달라"요청 쇄도

미국의 경제대통령이라 일컬어졌던 앨런 그린스펀은 "금융 교육은 빠를수록 좋다"며 조기 금융교육을 강조했다. 그 역시 다섯 살 때부터 주식 중개인이었던 아버지로부터 주식과 채권이 무엇인지를 배우며 경제 감각을 익혔다고 회상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도 '밥상머리 교육'이 존재해왔다. 하지만 교육의 컨텐츠가 선진국과는 좀 달랐다. 동방예의지국에 걸맞게 경제관념을 키워주기보다 각종 예의범절을 중점적으로 가르쳤다.

이런 '밥상머리 교육'이 바뀌고 있다. 수년 전부터 강남권에서 일기 시작한 '우리아이 똑똑한 부자 만들기' 열풍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 대표적인 사례가 요즘 금융권이나 사회단체, 대기업에서 시행하는 '어린이 경제교실'이다.

'어린이 경제교실'은 긍정적인 면이 많다. 경제 활동의 네 가지 요소인 소비, 나눔, 저축, 투자 등 기본적인 사항 외에 절제된 소비 습관과 올바른 경제관을 심어준다.

'어린이 경제교실'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크게 늘면서 프로그램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삼성 등 국내 대기업이나 금융기관도 앞 다퉈 '어린이 경제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천차만별이다. '경제교실'이 유행이다 보니 회사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겉핥기식으로 하는 데가 있는가 하면, 재교육 요청이 잇따를 정도로 유용한 곳도 있다.

삼성증권에서 운영 중인 '경제 놀이터'는 딱딱한 강의식이 아닌 참여형 프로그램이 특색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아이들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 선생님을 쳐다본다. 선생님은 생수통을 들어 보이며 아이들에게 묻는다. "이 물통을 사막에 갖고 가서 팔면 어떻게 될까요. 여러분들이 슈퍼마킷에서 사는 것보다 돈을 더 받고 팔 수 있을까요?".

그러자 한 아이가 손을 번쩍 들고 대답한다. "사막은 물이 귀하니까 훨씬 비싸게 받을 수 있어요". 듣고 있던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이렇게 해서 아이들은 경제학의 중요 원칙 가운데 하나인 희소성의 법칙을 깨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의 '돈 씀씀이'가 달라졌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삼성증권의 '경제 놀이터'는 전국의 공부방과 보육시설에서 재교육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이에 삼성증권은 '화폐 이야기' '용돈기입장 만들기' 등 추가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의 '어린이 금융 교실'이 눈여겨볼만 하다. 우리은행은 지난 연말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세계 화폐여행과 환율 낚시게임'을 운영해 인기를 모았다. 은행사 박물관을 견학시켜 우리나라 은행의 발달 과정을 눈으로 체험하게 하고 게임을 통해 금융의 원리를 익히게 했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의 한 임원은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측정한 고등학생들의 금융 이해력이 낙제 수준인 55.3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어릴 때부터 경제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지 못한데 원인이 있다. 따라서 우리은행은 '어린이 금융경제교실'을 확대 운영해 장기적인 금융지식 인프라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번 겨울방학 기간 초중고생들을 위한 경제교실도 여러 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서는 '겨울방학 어린이 청소년 금융교실'을 19~22일 실시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어린이ㆍ청소년들이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금융지식을 익히고 신용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게끔 프로그램을 운영할 작정이다.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에서도 초중고생들을 위한 어린이 증권교실을 운영한다. 특히 초등학생 대상인 '꿈꾸는 투자 교실'은 주입식 교육이 아닌 동영상,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종합멀티플렉스 프로그램으로, 어린이들이 주식투자를 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꾸몄다.

하나은행 어린이 경제교육 사이트인 하나시티( )도 학부모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다. 이 사이트는 어린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게끔 오락적 요소를 이용해 어려운 경제 이론을 쉽게 가르친다. 또 '기부 문화'나 '아름다운 기부 정신'을 애니메이션을 통해 자연스럽게 익히게 한다.

학습을 완료한 회원에게는 사이버머니 '오디'를 지급하고 이벤트 참여 등의 추가 혜택을 제공한다. 이 사이트가 학부모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받고 있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자체적으로 '그린 인터넷 캠페인'을 벌이고 있기 때문. 이를 통해 음란, 폭력 등 인터넷 유해 환경으로부터 자녀를 보호할 수 있다.

이밖에 각 지방에서도 '어린이 경제교실' 행사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최근 국제비영리경제교육기관인 JA 코리아(이사장 강경식)가 개최한 '강원도 정선 어린이 경제교육' 행사가 대표적인 사례. 이 행사는 3년째 지방의 초등학교 경제교육사업을 벌이고 있는 보잉코리아가 후원하고 대학생 경제교사 40여명이 대거 참여해 지역 주민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행사에 참여한 대학생 경제교사들은 온라인으로 '어린이 경제교실'기부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로 정선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초등학교 4곳을 방문, 시골어린이들로부터 열띤 호응을 얻었다.

봉사자로 나선 이연희(대학생) 양은 "영하 10도가 넘는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너무 즐거워하고 열심히 따라줘 보람을 느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경제 교육이 효과가 있는 것 같아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최윤정 객원기자 sphong@sportshankook.co.kr